한국카본은 2000년대 들어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보냉재사업을 시작해 이 분야 매출비중이 76%까지 높아지면서 기존 주력사업이었던 복합소재사업의 매출비중이 크게 줄었다.
▲ 조문수 한국카본 대표이사 회장.
조 회장은 최근 커지고 있는 친환경소재와 미래 모빌리티시장에서 복합소재의 쓰임새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복합소재사업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기복이 있는 조선산업의 특성을 극복하기 위해 매출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한국카본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조 회장은 앞으로 10년 안에 LNG운반선 보냉재와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복합소재사업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복합소재는 두 종류 이상의 소재를 혼합해 강도를 높이거나 특수한 기능을 하도록 만든 소재를 말한다.
조 회장은 방글라데시 수출용 객차를 비롯한 철도 부품회사 관련 수주를 최근 이끌어내는 등 복합소재 수주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항공기와 배터리케이스 분야로도 납품처를 늘려가면서 고부가가치 부품사로 자리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카본은 복합소재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주요 복합소재 가운데 하나인 카본프리프레그 제조기술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카본프리프레그는 탄소섬유를 강화섬유에 섞은 시트형태의 중간재로 2차 가공 뒤 다양한 산업에 사용할 수 있다.
카본프리프레그는 가벼우면서도 고강도의 특성과 함께 열에 강한 특징을 지니고 있어 꿈의 신소재라 불리며 항공우주, 자동차, 스포츠 용품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게다가 카본프리프레그시장의 성장성도 크다는 점도 조 회장이 복합소재사업에 힘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시장 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의 자료를 토대로 2019년 11월 만든 ‘카본프리프레그 시장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카본프리프레그시장 규모는 2019년 69억8660만 달러에서 2024년 115억101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복합소재사업은 창업주이자 조문수 회장의 아버지인 조용준 한국화이바그룹 회장이 사세를 키운 기반이 된 사업이기도 하다.
조문수 회장은 복합소재를 향한 아버지의 열정을 이어받아 미래 모빌리티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조문수 회장은 최근 주간조선과 인터뷰에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소재를 현재의 4분의1 가격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제 위성발사 시장을 공략하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조선업황이 좋아지면서 LNG운반선 수요도 탄탄한 점도 조 회장이 복합소재에 다시 힘을 줄 수 있는 동력이 되고 있다.
조 회장으로서는 LNG운반선 호황을 기반으로 기존 사업인 복합소재사업을 일으켜 세우고 편중된 매출구조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에너지메이저 쉘이 올해 2월 발표한 ‘2021 LNG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LNG 수요는 2040년까지 연평균 3.4% 성장해 7억 톤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에서는 LNG 수요가 100만 톤 늘어나면 LNG운반선이 추가로 1.2~1.7척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형 LNG프로젝트들의 상업생산 계획일정을 고려할 때 LNG운반선 수요는 탄탄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기에 노후선박의 교체물량까지 더해질 수 있어 LNG운반선의 보냉재를 만드는 한국카본의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