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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수입맥주 부진을 수제맥주로 채워, 배하준 점유율 사수 온힘

정혜원 기자 hyewon@businesspost.co.kr 2021-08-10 17: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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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가 다른 기업과 협업으로 다양한 수제맥주를 내놓는 전략으로 코로나19를 이겨내고 하이트진로의 공세도 넘어설 수 있을까?

배하준(벤 베르하르트) 대표이사는 가격 경쟁력이 높은 ‘카스’ 등 기존 제품으로 점유율을 지키면서 수제맥주를 다양화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오비맥주 수입맥주 부진을 수제맥주로 채워, 배하준 점유율 사수 온힘
▲ 배하준(벤 베르하르트) 오비맥주 대표이사.

10일 오비맥주에 따르면 배 대표는 다른 기업의 여러 브랜드와 협업을 늘려 새로운 수제맥주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오비맥주는 6월 '크래프트&스페셜티즈' 신사업팀을 중심으로 수제맥주 협업 전문 브랜드 KBC(코리아브루어스콜렉티브)를 론칭했다.

크래프트&스페셜티즈는 KBC라는 브랜드로 다양한 기업과 협업해 수제맥주를 기획, 개발하고 마케팅부터 판매까지 담당한다.

오비맥주는 “KBC는 양조기술연구소와 이천 공장 수제맥주 전문 설비 등 전문성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자체 수제맥주를 개발한다”며 “이는 다른 제조사의 의뢰를 받아 대리생산하는 위탁양조(OEM) 형태와 완전히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이런 전략은 일단 성공적 출발을 보이고 있다. 편의점 GS25와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와 모두 협업하고 있으며 최근에 협업의 결과물로 내놓은 ‘백양BYC 비엔나라거’는 출시 1개월 만에 100만 개가 팔리기도 했다. 7월 말에는 배달의민족, 세븐일레븐과 협업해 ‘캬 소리가 나는 맥주(캬맥주)’도 새로 내놓았다.

오비맥주가 KBC를 출범한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제맥주사업을 키우는 것은 오비맥주의 주력사업 가운데 하나인 수입맥주 매출을 줄이는 ‘자기잠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비맥주는 벨기에 맥주기업 AB인베브를 대주주로 두고 있어 국내에 수입맥주도 들여온다. 호가든과 스텔라 아르투아, 버드와이저 등 오비맥주가 들여온 수입맥주들은 편의점에서 ‘4캔 만 원’ 할인행사로 판매되는 단골상품이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 맥주 수입량이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약 1222억 원)을 보이면서 오비맥주도 타격을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편의점 CU가 중소양조업체인 세븐브로이와 협업한 ‘곰표맥주’가 인기를 끈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편의점 CU에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생산한 제품이 아닌데도 국산∙수입맥주 통틀어 매출 1위를 차지한 것은 곰표맥주가 30년 만에 처음이었다. 

오비맥주는 여전히 국내 맥주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경쟁사의 추격은 거세지고 있다.

주류업계에서는 2020년 기준으로 유흥 및 외식시장을 포함한 국내 전체 맥주시장에서 오비맥주의 점유율을 50% 중후반 수준일 것으로 파악된다. 경쟁사인 하이트진로는 기존 30%에서 2020년 40%대 초반으로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 초부터 테라를 앞세워 오비맥주의 1위 자리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적에서도 오비맥주의 상황은 좋지 않다.

오비맥주는 2020년 매출 1조3529억 원, 영업이익 2945억 원을 내 2019년보다 각각 12.3%, 28.0% 줄었다. 14년 만의 후퇴였다.

오비맥주는 유흥 및 외식 등 B2B(기업사이거래) 매출비중이 전체 매출의 50~60%를 차지할 정도로 높아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2020년 하이트진로는 2019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6%, 124.9% 증가하는 좋은 실적을 거뒀다.

이에 따라 배한준 오비맥주 대표는 가격 경쟁력이 높은 ‘카스’ 등 기존 제품으로 점유율을 지키는 동시에 KBC라는 브랜드를 통해 날로 커지고 있는 수제맥주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꺼내들었다.

오비맥주는 6월 한맥 500ml 제품의 출고가를 약 10% 인하하는 등 할인전략도 펼치고 있다.

오비맥주는 하이트진로와 달리 맥주 전문회사인 만큼 다양한 맛을 선호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취향에 대응하는 데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또 별개의 수제맥주 브랜드 KBC를 론칭한 만큼 제품 출시 등에서 더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오비맥주는 KBC에 윤정훈 브루마스터를 영입하기도 했다. 그는 각종 국제맥주대회 수상과 오랜 양조경험으로 세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 브루마스터이자 국제맥주대회 심사위원을 맡기도 한 전문가다.

한국수제맥주협회와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시장 규모는 2018년 600억 원대에 머물다가 2020년 1180억 원을 넘어섰다. 또 2023년까지 연평균 46% 성장해 37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것으로 전망된다.

KBC가 협업으로 내놓는 새로운 수제맥주들이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취향 등 관련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고 새로운 수익원도 발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비맥주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수제맥주시장은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이 40.2%로 본격적 성장국면에 진입했다"며 "코로나19로 가속화된 홈술, 혼술 트렌드와 경험 중심의 소비성향이 수제맥주시장의 추가 성장을 견인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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