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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증설 대신 효율화로 생산 늘려, 최창식 선택 일단은 옳았다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  2021-08-09 12: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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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 부회장이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설비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는데 ‘신중론’이 맞아 들어가고 있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시장에서 생산량 확대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 부회장.

최 부회장은 생산 과정의 효율화를 통해 DB하이텍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량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현금 동원능력을 더 키운 뒤 대규모 투자에 나서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대만 파운드리회사 TSMC가 독일과 일본에서 28~16나노미터 공정을 전환할 수 있는(스윙 타입) 파운드리공장의 건설계획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TSMC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독일과 일본에 새 파운드리공장을 짓는 한편 대만 반도체회사 매크로닉스가 매물로 내놓은 6인치 웨이퍼 기반의 반도체 생산공장을 인수해 차량용 반도체 생산기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준비해 왔다.

그런데 앞서 5일 대만 폭스콘이 매크로닉스의 6인치 공장을 9080만 달러(1039억 원가량)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와 TSMC 등 대형 파운드리회사들이 집중하는 12인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가 소품종 대량생산에 유리한 것과 달리 6인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는 반도체의 다품종 소량생산에 유리하다. 특히 차량용 전력관리반도체 생산에 특화돼 있다고 알려졌다.

폭스콘은 그동안 애플 아이폰 등 각종 전자기기의 위탁생산회사로 알려져 왔다. 앞으로는 주요 전기차 칩 제조회사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이번에 인수한 6인치 공장의 가동과 함께 2024년까지 증설을 지속 추진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TSMC는 기존 차량용 반도체 생산 확대계획의 일부가 어그러진 만큼 새 파운드리공장 건설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며 “폭스콘도 차량용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 계획을 내놓은 만큼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시장이 점차 수급 균형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시장에서 생산능력 확대 움직임이 나타나자 DB하이텍 행보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DB하이텍은 8인치 파운드리에 집중하는 회사다. 8인치 웨이퍼도 6인치 웨이퍼와 마찬가지로 차량용 반도체 등 다양한 종류의 반도체를 소량생산하는 데 특화돼 있다.

이 때문에 DB하이텍은 지난해 말부터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현상이 부각되자 증설투자 추진 여부와 관련해 시장의 관심을 받아왔다.

최창식 부회장은 지난 2월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새로운 파운드리 라인을 건설하려면 1조 원이 훨씬 넘는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데 DB하이텍 연 매출이 1조 원이 안 된다”며 “증설투자는 내부 실력을 축적하고 내공을 쌓은 뒤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반도체업계에서는 DB하이텍이 새 라인 건설계획에 즉시 착수하더라도 2023년 말~2024년에야 정상가동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시장은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최 부회장이 올해 초에 파운드리 증설 결정을 내렸다고 해도 DB하이텍은 시장이 안정된 뒤에야 증설설비를 가동하게 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대신 최 부회장은 증설투자 없이 생산과정 및 설비운용의 효율화를 통해 DB하이텍의 파운드리 생산량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다.

DB하이텍은 2014년까지만 해도 웨이퍼 월 10만 장 분량의 반도체를 생산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생산량이 웨이퍼 월 13만 장 분량까지 확대됐다.

DB하이텍 관계자는 “효율화를 통한 생산량 확대는 특정 기간에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올해를 포함해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작업이다”고 말했다.

DB하이텍은 반도체 생산량이 올해 말 웨이퍼 월 14만 장 분량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 부회장은 현재 DB하이텍의 ‘체급’을 고려한 방식으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에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생산 과정의 효율화를 통해 생산량을 늘리는 최 부회장의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이 점을 들어 최 부회장이 언젠가는 DB하이텍의 증설 투자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많다.

이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차량의 전장화가 가속화하고 있으며 자율주행기술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량 1대에 갈수록 더 많은 반도체가 필요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관건은 최 부회장이 염두에 둔 DB하이텍 증설투자에 필요한 ‘내부실력’이다.

DB하이텍은 1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등을 합친 현금 동원능력이 933억 원에 그친다. 최 부회장이 언급한 1조 원에 크게 못 미친다.

그러나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순수 현금여력으로만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 부회장의 투자 결단이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DB하이텍은 1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부채비율이 44.4%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외부 차입여력이 충분하다.

최근 3년(2018~2020년)동안 영업현금흐름을 연평균 2171억 원씩 창출하면서도 이 기간 연 평균 이자비용은 111억 원에 그칠 만큼 현금 창출능력도 좋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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