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공사가 주택연금 가입자들의 중도해지 증가에 대응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최준우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가입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등 주택연금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주택연금제도의 특성에 따른 한계도 있다.
4일 주택금융공사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주택연금 가입자의 중도해지가 지난해부터 크게 늘고 있다.
주택연금은 고령자인 가입자가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내놓고 사망할 때까지 거주하면서 일정액을 연금으로 받는 형식의 대출이다. 주택금융공사는 가입자가 사망하면 주택을 처분해 지급된 연금과 이자를 상환받는다.
가입자는 중도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2020년 주택연금의 해지 건수는 2931건이다.
2017년에 1257건, 2018년에 1662건, 2019년에 1527건 등과 비교하면 2020년 주택연금 해지건수가 이전 3개년 평균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까지 주택연금 해지건수도 2098건에 이를 정도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전체 주택연금 해지건수는 4천 건을 넘어 지난해보다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연금은 구체적 계약 내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가입자가 종신지급방식을 선택했다면 예상보다 오랜 기간 연금을 받아 수령금액 총합이 주택가격을 넘어가더라도 차액은 국가가 책임을 지는 등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연금의 중도해지가 늘어나고 있는 데는 최근 주택 가격 상승이 크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가격은 2017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51.32% 오르는 등 주택 가격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주택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기존 주택연금 가입자로서는 손해를 본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연금 수령액에 주택의 시세 변화가 전혀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주택 가격의 상승분은 가입자가 사망한 뒤 주택 처분을 통해 전체 연금 수령액과 이자를 주택금융공사에 갚고 남은 차액을 상속인이 지급받는 방법으로나 돌려 받을 수 있다.
사망까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일단 지금 집값이 오르고 있으니 가입된 주택연금을 해지하고 추이를 지켜보며 부동산을 달리 활용할 방법 등을 생각해 보겠다는 가입자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주택연금을 중도에 해지하면 3년 동안 재가입 제한, 이미 수령한 연금 및 이자의 일시상환 등 불이익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주택 가격의 상승폭이 주택연금 해지에 따른 불이익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가입자가 늘면서 해지건수도 따라서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 사장은 올해 2월 취임한 뒤 주택연금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신탁방식의 주택연금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3일부터는 연금수령 방식을 놓고 기존 정액형에 초기 증액형, 정기 증가형 등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가입자의 선택폭을 넓히기도 했다.
최 사장은 새로운 연금 수령방식을 내놓으며 ”앞으로도 국민들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제도개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주택연금 가입자 이탈의 주된 원인이 상승하는 주택 가격만큼 바로바로 연금을 높여 받을 수 없다는 데 있는 만큼 최 사장의 선택지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주택연금 수령액을 주택시세에 어느 정도 연동하는 상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주택연금 제도의 취지를 흔들 수 있는 만큼 최 사장이 섣불리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현재 연금액을 주택시세와 연동하는 주택연금상품은 계획되고 있지 않다”며 “ 주택시세가 하락할 때 연금액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주택연금을 통한 가입자의 노후보장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