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준대형세단의 대명사 그랜저가 출시 30주년을 맞았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하반기에 그랜저의 6세대 모델을 내놓는다.

그랜저는 한때 부와 성공의 상징으로 통했지만 에쿠스와 제네시스 등 상위 모델이 줄지어 출시되면서 어느새 대중차로 자리매김했다.

그랜저는 동급 차종 가운데 독보적 판매량을 유지하며 예전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 6세대 그랜저, 어떤 모습일까

7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6년여 만에 그랜저의 완전변경 모델을 올해 하반기에 출시하되 가급적 서두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는 애초 올해 연말에 신형 그랜저를 출시하려고 했다. 그러나 5세대 그랜저의 판매량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는 데다 아슬란 등 그랜저의 빈자리를 채울 차종의 판매 부진이 심각해 조기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세대 그랜저의 파워트레인은 지난 1월에 출시된 기아차의 2세대 K7과 공유를 통해 가솔린 2.4 모델과 3.3 모델, 디젤 2.2 모델, LPG 3.0 모델, 하이브리드 모델 등 총 5가지 라인업으로 운영된다.

그랜저는 지난 2월 기아차의 K7에 판매량이 뒤처치는 굴욕을 겪었다. 신차 출시를 앞두고 대기 수요가 생긴 탓이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가 출시되면 판매 1위를 단번에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랜저는 국내 준대형세단시장의 절대강자다.

그랜저는 1986년 출시돼 30년 동안 4번의 세대변경을 거쳤다. 국내에서만 누적 판매대수가 145만 대에 이른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랜저는 고급차의 대명사에서 대중차로 위상이 변했다.

현대차는 그랜저의 목표 소비자층도 이미 사회에서 성공을 거머진 4050세대가 아닌 성공을 꿈꾸는 3040 직장인과 사업가로 낮췄다.

▲ 현대차의 그랜저 풀 라인업.

◆ 고급차 대명사에서 가장 잘 팔리는 대중차로

현대차는 1986년 일본 미쓰비시와 손잡고 개발한 1세대 그랜저를 내놓았다. 1세대 그랜저는 당시 국내 최대 배기량으로 출시됐다.

1세대 그랜저는 고급차시장을 본격적으로 열었다. 국산 대형차 가운데 전륜구동 방식이 처음으로 적용됐으며 전자식 시간 경보제어장치도 국내 최초로 탑재됐다. 당시로 드물었던 전동 시트도 장착됐다.

1세대 그랜저는 직선 위주의 강인한 외관 디자인으로 ‘각 그랜저’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금도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 고위층이 타고 다니는 차로 등장한다.

그랜저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의 공식 자동차이기도 했다.

1세대 그랜저는 출시 첫해에 2400여 대가 판매됐다. 출시 3년 만에 1만 대 판매를 달성했고 1992년 9월에 나온 2세대 그랜저에게 자리를 내줄 때까지 9만2600여 대가 판매됐다.

2세대 그랜저인 ‘뉴 그랜저’는 16만4200여 대가 판매됐다. 국산차 최초로 에어백이 장착됐고 4기통 2000cc부터 6기통 3500cc까지 다양한 엔진이 탑재됐다.

1998년 출시된 3세대 그랜저 ‘그랜저 XG’는 그랜저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었다는 평가를 듣는다.

현대차는 그랜저 XG 개발에 3년6개월의 시간과 4600억 원의 비용을 투입했다. 그랜저 XG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현대차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판매대수는 31만1500여 대를 기록했다.

2005년 5월 나온 4세대 그랜저 '그랜저 TG'는 수입차와 본격적으로 경쟁을 벌인 차다. 4세대 그랜저는 40만7500여 대가 팔렸다. 뒤를 이어 2011년 1월 출시된 5세대 그랜저 '그랜저 HG'는 사전계약만 2만3천여 대가 이뤄졌다.

그랜저 HG는 출시된 이후 지난 2월을 제외하고는 준대형 세단 판매 1위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그랜저 판매량은 8만7천 대에 이른다. 기아차의 K7은 같은 기간 2만 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