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은 다른 생명보험사에 비해 안전자산 비중이 낮아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가 도입되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안전자산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 뤄젠룽 동양생명 대표이사 사장.
26일 동양생명에 따르면 올해 안에 우리금융지주 보유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재원의 투자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 보유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내부검토를 거쳐 9월 정도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23일 동양생명은 보유하고 있던 주식 2704만 주를 3015억 원에 매각했다. 주당 가격은 1만1150원가량이다.
일각에서는 동양생명이 국공채나 특수채, 약관대출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데 우리금융지주 지분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3년 새 국제보험회계기준과 신지급여력제도가 도입되면 안전자산 비중이 낮은 점이 동양생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 국제보험회계기준이 도입되고 이에 따라 새 지급여력제도가 시행되면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만큼 부채 듀레이션이 확대돼 듀레이션 갭이 커질 수 있다. 듀레이션은 투자자금의 평균 회수기간을 말한다. 듀레이션 갭은 자산 듀레이션과 부채 듀레이션의 차이를 뜻한다.
듀레이션 갭이 커질수록 재무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어 생명보험사들은 장기채 매입 등 안전자산을 확충을 통해 자산 듀레이션을 관리하고 있다.
생명보험사의 평균 안전자산 비중은 2017년 이후 소폭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50% 안팎 수준이다. 반면 동양생명의 안전자산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 40% 수준으로 2017년부터 최근까지 10%포인트가량 줄었다.
동양생명이 취득가 기준 200억 원이 넘는 손실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지주 보유지분을 매각한 점도 이런한 의견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행 지급여력비율제도에서 주식보유에 따른 위험계수는 12%다. 우리금융지주 지분을 매각하지 않았다면 위험액은 360억 원가량이다.
신지급여력제도가 시행되면 주식의 위험계수는 35%까지 높아진다. 위험액이 1천억여 원으로 늘어나는 만큼 최근 우리금융지주 주가가 어느정도 회복되자 선제적으로 매각했다는 것이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9월 우리금융지주 보유지분을 매입한 단가(1만1700원 추정)보다 낮은 주가가 12개월 이상 이어지자 우리금융지주 지분의 손상차손 1천억 원을 반영했다. 손상차손이란 시장가치 하락으로 자산가치가 장부가치보다 낮아질 때 이를 손실로 반영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금융지주 보유지분 매각은 단기적으로 동양생명의 실적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양생명이 매각한 주가가 손상차손을 반영했을 때보다 크게 오르면서 차감한 손상차손 대부분이 순이익에 환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지급여력비율도 소폭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급여력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계산한다. 우리금융지주 지분 매각가격이 취득 당시 장부가보다 낮아 가용자본이 감소했지만 주식보유에 따른 위험액 감소로 요구자본이 더 많이 줄었다.
이에 3월 기준 동양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221%에서 225%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사 평균 지급여력비율은 273.2%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