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철강산업 호조로 포스코 철강부문의 수익성 확대기조가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유지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시적으로 하락했던 중국 내수 철강 가격이 다시 반등하고 조선용 후판과 자동차용 강판 수요도 늘고 있어 포스코가 올해 좋은 실적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포스코는 2분기 2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성과를 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포스코그룹 사업구조를 철강에서 ‘그린&모빌리티’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기존 전략에 속도를 내기 위해 관련 투자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올해 4월1일 포스코 창립 53주년 기념식에서 “포스코그룹은 철강을 넘어 핵심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2차전지소재사업의 생산능력을 늘리고 전기차용 강재나 모터코어 등 핵심부품과 2차전지 원료 등을 아우르는 토탈솔루션 공급자로 성장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는 포스코 경영 1기에 내놨던 100대 개혁과제에서 신성장부문의 수익성을 강화해 철강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목표와 같은 맥락의 발언이다.
최 회장은 2018년 11월 100대 개혁과제 가운데 2030년 포스코그룹의 철강·글로벌인프라·신성장부문의 수익비중을 각각 40%, 40%, 20%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글로벌인프라부분에는 LNG(액화천연가스)를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사업을 비롯해 무역, 건설 등을 포함하고 있다. 신성장부문은 2차전지소재와 수소사업을 말한다. 다만 수소사업은 이제 출발하는 단계인 만큼 현재로서는 2차전지소재사업이 포스코 신성장부문의 주력으로 꼽힌다.
철강산업의 장기적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는 만큼 에너지사업 등 기존 사업을 더 키우면서 특히 신성장부문을 확대해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최 회장의 이런 의지와 달리 포스코에서 철강부문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올해 상반기만 봐도 철강부문 영업이익 비중은 최 회장 취임 초반과 비교해 쏠림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포스코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철강부문에서 모두 3조382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포스코그룹 합산 영업이익에서 82.45%를 차지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철강 영업이익 비중이 7%포인트가량 높아졌다.
이와 달리 신성장부문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870억 원을 내 합산 영업이익에서 2.12%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올해 상반기 철강부문에서 수익성이 대폭 확대된 만큼 신성장부문에서 이전과 비슷한 2%대 비중을 유지했다는 것은 선방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이 제시한 목표치인 20%와 비교하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신성장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17년 2.04%, 2018년 1.83%, 2019년 2.09%, 2020년 2.22% 등 2%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최 회장으로서는 그가 내걸었던 철강부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 올해 신성장동력에 투자를 가속화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포스코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위원회와 면담에서 2기 경영방향을 ‘혁신과 성장’으로 잡아 모든 영역에 거쳐 핵심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신성장부문의 대표사업인 2차전지소재사업의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2차전지소재의 핵심원료 사업까지 넓혀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말부터 양극재와 음극재의 핵심 원료인 리튬과 니켈, 흑연 등의 원재료를 확보하기 위해 흑연광산에 지분투자나 리튬 생산공장 건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이런 투자활동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지난해 말 750만 달러(약 86억 원)을 투입해 호주 광산개발회사 블랙록 마이닝의 탄자니아 흑연프로젝트 지분 15%를 확보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수산화리튬공장 설립을 위해 포스코리튬솔루션을 출범해 7600억 원을 투입해 국내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하반기에 포스코가 2차전지 원자재 및 기술 확보를 위해 인조흑연회사 등에 지분투자하거나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아울러 2차전지소재사업에서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해 해외공장 설립과 관련한 계획도 하반기부터 구체화될 수도 있다고 본다.
2차전지소재계열사 포스코케미칼은 22일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배터리회사들과 전략적 협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 등 현지 진출을 통해 거점별 생산능력을 확보해 글로벌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며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원료회사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진출하겠다”는 중장기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포스코케미칼은 현재 국내에서 연간 양극재 4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2025년까지 국내는 16만 톤, 해외는 11만5천 톤 규모의 연간 생산능력을 갖춰 2030년에는 40만 톤 규모로 확대할 계획을 세워뒀다.
물론 글로벌인프라부문에서도 투자를 지속해 수익성을 강화해 철강부문 쏠림 현상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인프라부문의 대표 분야인 액화천연가스 사업이 미얀마 군부 쿠데타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져 사실상 투자가 멈춘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런 만큼 2차전지를 중심으로 신성장부문을 키우는 데 속도를 내야 철강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개선하는 데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유럽연합(EU) 집행부가 2035년부터 가솔린과 디젤 등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법안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이 전기차로 전환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어 2차전지소재사업의 전망도 더욱 밝아지고 있다.
올해 철강산업 호조에 따라 2차전지 투자금 확보도 지난해보다 더욱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2020년 초 연결기준으로 6조 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웠지만 코로나19로 포스코의 자금줄인 철강부문에서 영업손실을 보면서 실제 집행율은 목표 대비 57%인 3조4200억 원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예상 투자규모를 오히려 확대했다. 포스코는 올해 1월28일 콘퍼런스콜에서 2021년 연결 투자비를 6조1천억 원으로 잡았다가 7월22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는 투자규모를 6조4천억 원으로 늘렸다.
앞으로 2~3년이 2차전지소재사업 초기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골든타임'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생산량을 더욱 빠르게 늘려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대헌 포스코케미칼 에너지소재사업부장은 해외투자와 관련해 보도자료를 통해 “전기차 성장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계획보다 생산능력을 더 빨리 확대하겠다”며 “해외공장 입지 선정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비교분석하고 있어 연내 해외투자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