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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궁훈 카카오 최고게임책임자(CGO). 남궁 CGO는 게임기업 엔진의 대표이기도 하다. |
“연매출 3천만 원 미만인 개발사에게 입점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
카카오의 게임사업을 총괄하는 남궁훈 CGO(최고게임책임자)의 말이다.
남궁 CGO는 최근 부진한 카카오의 모바일게임 유통사업(퍼블리싱)을 예전처럼 회복하기 위해 개발사에게 파격적 입점조건을 제시했다.
게임사업은 카카오 전체 매출에서 30%가량을 차지하는 중요한 사업이다. 게임사업이 잘 돼야 카카오의 주 수익원인 광고매출도 동반상승할 수 있다.
남궁 CGO가 파격적 입점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카카오의 게임사업이 예전처럼 회복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독자플랫폼 전략을 택하는 게임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남궁 CGO는 카카오의 게임사업을 총괄하면서 동시에 게임기업 엔진의 대표도 맡고 있다. 엔진 역시 카카오의 게임사업 부진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최측근 인물 가운데 한 명인 남궁 CGO가 카카오를 다시 '모바일게임 왕국'으로 되살릴 수 있을까?
◆ 남궁훈, 카카오 모바일게임 퍼블리셔 위상회복 나서
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남궁훈 카카오 최고게임책임자(CGO)가 최근 내놓은 카카오의 새로운 모바일게임 입점정책 '애드플러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남궁 CGO는 최근 연매출이 3천만 원에 못 미치는 개발사가 카카오의 모바일게임 플랫폼인 '카카오게임하기'에 게임을 입점하면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카카오는 그동안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입점게임 매출의 21% 수수료'를 조건으로 입점을 허용했다.
이번 조치는 콧대 높던 카카오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는 카카오의 게임사업이 처해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카카오는 지난해 4분기 게임사업으로 매출 570억 원을 올렸다. 2014년 4분기와 비교해 매출이 112억 원 가량 감소했다.
특히 주력인 모바일게임 유통사업의 부진이 뼈아팠다.
지난해부터 게임기업이 카카오의 모바일게임 플랫폼인 ‘카카오게임하기’에 입점하는 대신 네이버 플랫폼에 입점하거나 자체 플랫폼을 내놓는 등 이른바 ‘탈 카카오’ 현상이 심화한 영향이 컸다.
이 때문에 지난해 4분기 카카오의 모바일게임 매출은 전성기보다 200억 원가량 줄어든 400억 원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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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의 모바일게임 플랫폼인 '카카오게임하기'의 모습. |
◆ 중소 개발사 카카오로 끌어오려는 전략
남궁 CGO가 내놓은 애드플러스 정책에 사업기반이 열악한 중소 게임개발사가 반색하고 있다.
어느 정도 흥행성과가 보장된 카카오게임하기 플랫폼에 입점하기가 예전보다 쉬워졌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국내 4천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메신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게임을 홍보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으로 낸 매출의 21%를 카카오에 수수료로 내야 한다는 점 때문에 티스토리 등으로 눈을 돌리려는 중소 개발사가 많았다”며 “카카오가 입점수수료 정책을 바꾸기로 하면서 중소개발사 입장에서 게임 흥행 가능성이 높은 카카오게임하기 플랫폼 입점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남궁 CGO는 역량있는 중소 개발사를 최대한 카카오로 끌어와 이 가운데 흥행작을 내겠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게임하기 플랫폼의 전성기 시절 발굴했던 ‘선데이토즈’나 ‘데브시스터즈’와 같은 ‘카카오키즈 게임사’를 다시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남궁 CGO가 이런 전략을 꺼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형 게임회사일수록 자체 플랫폼을 통해 게임을 유통하려는 경향이 강해 이들을 카카오로 불러오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또 게임산업이 넥슨과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 등 대형게임회사 위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개발사를 확보하려는 플랫폼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남궁 CGO의 전략에 영향을 끼쳤다.
◆ 남궁훈의 전략, 카카오의 게임사업 부진 만회할까
남궁 CGO의 이런 전략이 카카오의 게임사업 부진 탈출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최근 카카오게임하기 기반으로 출시된 넥스트플로어의 '크리스탈하츠'가 흥행하는 등 반등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으로 매출순위 20위 안에 포진한 게임 가운데 카카오게임하기 기반 게임이 9종으로 늘어난 점도 부진회복에 긍정적 신호다.
하지만 카카오의 새로운 입점수수료 정책이 대형 게임사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넷마블게임즈나 네시삼십삼분 등 대형 모바일게임 기업이 개발사와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내놓고 있는 점도 카카오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넷마블게임즈는 개발사 가운데 실력이 검증된 곳은 글로벌 진출과 기업공개(IPO)까지 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네시삼십삼분 역시 개발사와 협력체제를 공고히 다지기 위해 '유나이티드'라는 이름의 제휴전략을 최근 실시하고 있다. 네시삼십삼분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개발사들에게 지난해 1년 동안 총 7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했다.
물론 카카오게임하기 플랫폼이 게임 개발사에게 다시 인기를 끄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최근 흥행하고 있는 '크리스탈하츠'를 내놓은 넥스트플로어처럼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개발사가 앞다퉈 카카오게임하기 플랫폼에 입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넥스트플로어는 2011년 설립된 뒤 꾸준히 카카오와 관계를 이어오면서 직원 100명이 넘는 대형 개발전문 회사로 성장했다. 최근 '크리스탈하츠'를 시작으로 게임 퍼블리싱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게임기업에 종속된 개발조직으로 남고 싶어 하는 개발사는 없다”며 “카카오게임하기 플랫폼에 입점해 게임을 흥행하기만 하면 대형 개발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때문에 의외로 카카오게임하기가 다시 인기를 끌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남궁훈 어깨에 지워진 무거운 짐
남궁 CGO는 카카오게임하기 플랫폼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카카오의 게임사업 글로벌 사업역량도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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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궁훈 대표가 이끌고 있는 엔진은 카카오의 손자회사다. 엔진의 성과도 카카오의 게임사업 실적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
지난해 카카오 플랫폼 대신 자체플랫폼이나 구글과 애플에 바로 진출하는 전략을 쓴 게임기업이 증가한 것과 카카오의 부진한 해외사업 역량에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게임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게임하기는 더 이상 매력적 입점 플랫폼이 아니다.
카카오게임하기는 카카오톡에 기반해 운영되는데 카카오톡의 글로벌 인지도는 국내의 그것과 비교해 한참 부족하다.
남궁 CGO는 카카오의 게임사업을 총괄하는 것과 함께 카카오의 손자 게임회사인 '엔진'의 수장도 겸하고 있다. 남궁 CGO가 카카오의 게임사업 수익성을 높이는데 있어 엔진을 등한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올해 초 엔진과 PC온라인게임 전문 자회사인 '다음게임'을 합병하기로 했다. 엔진의 사업이 모바일게임에서 PC온라인게임으로 확대하면서 남궁 CGO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카카오가 이런 점을 잘 알면서도 남궁 CGO에게 무거운 짐을 안겨준 이유가 무엇일까?
그가 김범수 의장의 최측근 인사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남궁 CGO와 김 의장은 네이버의 전신인 NHN에서부터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두 사람이 NHN에 근무할 당시 게임플랫폼 '한게임'으로 큰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남궁 CGO와 김 의장의 게임사업에 대한 생각도 비슷하다.
김 의장은 게임사업 부진을 조속히 털어내야 하는데 남궁 CGO만한 적임자가 없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을 과감하고 빠르게 추진한다는 점에서 남궁 CGO와 김 의장이 닮은 부분이 많다”며 “카카오 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게임사업의 부진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김 의장이 남궁 CGO에게 거는 기대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궁 CGO는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SDS와 한게임, NHN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NHN 근무시절 미국법인인 NHN USA 대표를 맡는 등 글로벌 감각도 풍부하다.
그는 NHN을 나와 CJ인터넷과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등에서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13년 11월부터 2015년까지 게임인재단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남궁 CGO는 지난해 게임기업 엔진을 인수해 대표를 맡았다. 카카오의 부사장 직급인 CGO 자리에 지난해 연말 임명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