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그린은 스크러버(탈황설비)가 장착된 3천TEU급 미만의 컨테이너선들을 발주하기 위해 조선소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최근 2개월 사이 선박 건조가격이 40% 가까이 급등한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에버그린으로서는 해운경기 회복으로 선박 건조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발주를 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에버그린이 발주후보로 올린 조선소로는 현대미포조선, 일본해상연합, 대만CSBC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현대미포조선이 가장 높은 경쟁력을 지닌 업체로 평가된다.
신현대 사장으로선 올해 상반기 신규수주의 약 30%에 이르는 대규모 컨테이선 수주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사들은 최근 물동량 증가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출항하는 컨테이너선 15개 항로의 단기(스팟)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해 7월16일 기준으로 4054.42포인트를 나타냈다.
이는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다. 2020년 7월17일 1035.61포인트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4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운임지수가 급등한 데다 경기 회복을 향한 기대가 여전한 만큼 해운선사로선 비싼 선가에도 대규모 발주에 나설 이유는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하반기 강재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 2분기 실적에 공사손실충담금을 선반영하면서 영업손실 1992억 원을 봤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1746억 원에 이른다.
신 사장으로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이미 선반영한 만큼 수주를 늘리는 과정에서 손실을 만회할 기회를 찾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현대미포조선 관계자도 “안정적 수주잔량을 바탕으로 앞으로 수익성 중심의 영업전략을 펼쳐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낼 것이다”고 말했다.
현대미포조선의 올해 상반기 신규 수주액은 36억5천만 달러로 2020년 같은 기간보다 290% 늘었다.
올해 연간 목표인 35억 달러를 이미 초과 달성했다. 6월 말 기준으로 수주잔량은 53억4천만 달러로 이미 2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수주잔량이 많이 확보되었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야드가 줄어들면서 현대미포조선은 현재와 같은 높은 선박 건조가격으로 신규수주를 늘릴 가능성이 커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경기회복에 따라 물동량이 늘어 선박 건조가격이 추가 인상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신 사장으로서는 수주과정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상황이 펼쳐질 공산이 커진 셈이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소형컨테이너선, 중소형 액화석유가스선, 액화천연가스선,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등의 발주가 기대된다”며 “현대미포조선은 수주에서 납기까지 기간이 1~1년6개월로 조선3사와 비교해 비교적 짧아 올해 연말부터 매출 증가에 따른 이익 개선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