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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 이건호 동반퇴진하나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06-09 19: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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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록 이건호 동반퇴진하나  
▲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오른쪽)과 이건호 우리은행장(왼쪽)이 지난해 11월 열린 KB금융지주 관련 행사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있다.

금융감독원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사전통보했다. KB금융지주 및 국민은행에서 벌어진 여러 금융사고와 전산시스템 교체로 빚어진 내분의 책임을 물었다.

이런 중징계가 최종적으로 결정될 경우 임 회장과 이 행장이 동시에 물러나는 등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금감원은 또 KB금융지주에 대해 ‘기관경고’를 내릴 방침이어서 LIG손해보험 인수도 물건너 갈 수 있다.

◆ 금융사고와 내분 책임 물어 중징계 통보

금융감독원은 오는 2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문책경고 상당 수준의 중징계를 사전통보하겠다고 9일 밝혔다. 금감원은 두 사람이 지난해부터 여러 번 일어난 금융사고 및 국민은행 주 전산시스템을 놓고 벌어진 내분에 책임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에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의중이 크게 작용했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 임원회의에서 KB금융지주 사태를 엄정하게 제재해 금융권에 경고를 남기라는 강력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신용정보 유출도 그렇고 채권 위조와 부당대출 등 일어날 수 없는 사건들이 일어났다”며 “모두 모럴(도덕)에 관련된 문제”라고 두 사람을 비판했다.

금융감독원은 임 회장의 징계사유로 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 사태를 들었다. 국민카드는 지난해 6월 5천만여 건에 이르는 고객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고가 터지면서 금감원의 제재를 받았다. 이때 국민카드가 KB금융지주에서 분사하면서 넘어간 국민은행 고객정보 약 1천만 건도 같이 유출됐다.

당시 임 회장은 KB금융지주 사장으로 고객정보관리인 업무를 수행했다. 국민카드가 KB금융지주에서 분사하는 작업을 총괄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카드사 분사 때 은행 고객정보 이용에 대해 금융위원회에게 명확한 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임 회장이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실대출 사건으로 제재대상에 올랐다. 국민은행 도쿄지점 임원들은 2007년 1월부터 3년간 대출 관련 서류를 조작하거나 담보 가치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약 5500억 원의 부당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행장은 당시 국민은행 리스크 담당 부행장이어서 포괄적 책임을 면치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민은행 도쿄지점 문제의 책임에서 당시 부행장이었던 이 행장이 자유롭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일으킨 내분도 금감원의 중징계 통보를 불렀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임 회장과 이 회장 모두 개별 사항으로 보면 경징계일 수 있지만 누적된 사고와 지속적인 내부통제력 상실 등을 종합하면 중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 행장 측의 요청으로 시행한 특별 검사를 지난 5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KB금융지주 내부통제시스템에서 다수의 허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감원은 임 회장과 이 행장 외에도 이번 사건에 연루된 임직원들에 대한 제재심사에 착수한 상태다. 김재열 KB금융지주 최고정보관리책임자 전무와 박지우 국민은행 부행장도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병기 국민은행 상임감사위원은 경징계를 통보받았다.

  임영록 이건호 동반퇴진하나  
▲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 임영록과 이건호의 불투명한 앞날


임 회장과 이 행장이 중징계를 받으면서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은 혼란에 빠졌다. 금감원이 사실상 두 사람의 동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이 모두 중징계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은 징계 사전통보 시 세부적인 제재 양형을 알리지 않고 중징계나 경징계 중 하나라는 사실만 통보한다. 이번에도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중징계 통보만 받았다. 그러나 중징계로 사전 통보될 경우 제재심의위원회 결과는 문책경고 상당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사 임원이 받는 금감원 제재는 책임이 심각한 순서에 따라 해임권고, 업무집행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총 5단계로 나뉜다. 이중 중징계로 분류되는 문책경고 이상을 받으면 연임이 불가능하며 퇴직 후 최소 3년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일할 수 없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사실상 금감원이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물러나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본다. 한 관계자는 “문책경고는 사실상 현직을 떠나라는 인사통보의 개념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금융사 임원들은 대부분 사임을 택했다.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업무집행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자 2009년 자리를 떠났다.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도 2010년 카자흐스탄 BCC 은행 투자 손실로 중징계를 받을 것이란 예측이 일자 스스로 물러났다.

두 사람이 임기를 내세워 자리를 지키더라도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은 한동안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문책경고를 받았으나 임기를 마치겠다고 선언한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퇴진압박에 계속 시달리고 있다. 임 회장과 이 행장도 물러나지 않을 경우 금감원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아직 중징계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징계 수위를 낮추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중징계 사전 통보는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해명할 기회를 주는 절차인 만큼 적극적으로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을 비롯한 금융당국이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어 징계수위를 낮추기 쉽지 않아 보인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 중징계는 권한만 휘두르고 책임은 지지 않는 금융지주사 회장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영록 이건호 동반퇴진하나  
▲ 이건호 국민은행장

◆ ‘기관경고’ 앞둔 KB금융지주, LIG손보 인수 탈락하나


임 회장과 이 행장이 중징계 사전 통보를 받으면서 KB금융지주의 확장 정책도 제한을 받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도 기관경고를 내릴 방침이다. 이 경우 KB금융지주는 현재 진행 중인 LIG손해보험 인수전에서 사실상 탈락한다.

금감원은 두 사람을 제재하면서 KB금융지주에도 ‘기관경고 이상’ 중징계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KB금융지주는 LIG손해보험을 놓고 롯데그룹 및 동양생명보험과 벌이던 인수경쟁에서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법률상 최근 3년 동안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은 금융회사는 대주주 적격성 등의 요건 제한 때문에 다른 금융회사를 3년 동안 자회사로 편입할 수 없다. 2004년 기관경고 조치를 받은 국민은행은 당시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KGI증권 인수를 포기해야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이나 증권 등 금융 관련 법률도 기관경고 이상 조치를 받을 때 대주주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징계가 최종 결정된다면 비은행사업 비중을 늘리려던 KB금융지주의 경영전략 기반이 흔들리는 셈이다.

KB금융지주는 최근 우리파이낸셜을 인수한 데 이어 우리은행, 현대증권, KDB대우증권 등 시장에 나온 비은행 대형 금융사 매물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기관경고가 확정될 경우 최소 3년 동안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다각화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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