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훈 HMM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해원연합노동조합과 임금 및 단체협약을 타결할 일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해원연합노동조합(해원노조)은 HMM에 소속된 선원 500여 명 가운데 400여 명이 가입한 노조다.
해원노조는 그동안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고통을 분담해 왔지만 올해는 회사가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임금을 대폭 인상해 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데 배 사장으로서는 채권단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15일 해원노조에 따르면 HMM노사는 16일 올해 임단협을 놓고 상견례 및 1차 본회의를 진행한다.
HMM은 사무직 직원들로 구성된 노조와 선원들로 구성된 노조가 회사와 각각 임단협을 진행한다. 전체 HMM 직원 1500명 가운데 사무직 직원은 1천 명, 선원은 500명 정도다.
해원노조는 임단협 교섭안에 임금 정상화, 생수비 지원, 성과급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파악된다.
해원노조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선원의 최저임금이 87% 오르는 동안 HMM은 임금이 동결된 점을 고려해 달라는 의미에서 임금의 정상화를 교섭안에 넣었다.
또 그동안 5천 원에 불과한 식비를 쪼개 생수를 사 먹었었는데 이번에 생수비 2달러도 요구하기로 했다.
배 사장에게 이번 임단협 타결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설득해 합의점을 찾아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아 보인다.
채권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금인상에 보수적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은 경영 정상화를 이룰 때까지 임금인상은 자제해야 한다고 바라본다. HMM은 올해 해운운임 상승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정부로부터 선박금융 등을 지원받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에 노조가 회사에서 제시한 임금인상률에 불만을 품고 파업을 예고했을 때에도 “HMM은 2018년 채권단 관리체계에 들어가며 경영 정상화를 달성할 때까지 임금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기로 노사합의를 받았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HMM 경영 정상화를 위해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데다 채권단의 승인이 있어야지만 임단협도 타결할 수 있어 배 사장으로서는 채권단 의견을 무시하기 어렵다.
해원노조에 따르면 회사와 임금협상안에 합의를 본다고 하더라도 채권단이 거절하면 합의안이 무산된다.
해원노조의 태도도 무척이나 강경하다.
해원노조는 이익을 내기 시작하면 그만큼 보상이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에 허리띠를 졸라맸는데 올해 회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데도 인건비를 아끼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해원노조에 따르면 직원들은 최근 세계 2위 해운사 MSC가 국내에서 선원 채용공고를 낸 것을 보고 크게 동요하고 있다. 급여가 2배 넘게 많은 데다 처우도 훨씬 좋기 때문이다.
여기다 배 사장은 지난해 임금협상을 타결하는 과정에서 노조로부터 신뢰도 적지 않게 잃은 것으로 파악된다.
해원노조 관계자는 “배 사장은 처음 왔을 때 ‘생산성만 향상되면 급여 인상이나 처우개선은 문제도 아니다’고 우리를 격려했다”며 “하지만 지난해 1인당 영업이익이 국내에서 HMM이 제일 높았는데도 임금 인상률을 두고 우리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도 결국 채권단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여기에 맞출 수밖에 없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