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 측근의 옵티머스 의혹을 거론하며 “그분이 전남지사 경선 때 가짜당원 명부를 만들고 해서 시정 받은 핵심측근”이라며 “본인의 주변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본선에서 안정감이 있지 않나’는 질문에 “과거 공직을 맡았을 때 권한을 행사해 무엇을 했느냐를 봐야 한다”며 “높은 자리를 많이 했다고 해서 유능한 사람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남지사 출신인 이 전 대표와 공약 이행률을 놓고 본인에게 상대적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됐다.
박용진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이 전 대표의 약점을 꼬집었다.
박 의원은 “총리로서 부동산 전쟁에서 패배한 장수다. 그런데 부동산정책에 관해 내가 할 수 있다면서 똑같은 정책을 들고 나오면 국민들은 ‘그저 그런 정책, 그저 그런 후보’로 보지 않겠냐”며 “사면론으로 곤혹을 치렀고 당헌당규를 고쳐서 4·7재보선에 후보를 내 패배를 자초했는데 제대로 된 대선 승리를 만들 수 있겠나”고 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역시 이날 뉴시스 인터뷰에서 “국무총리 시절의 안정감은 인정하지만 당대표로서는 빵점(0점)”이라며 “이 전 대표 시절에는 권리당원이 줄었고 민주당 지지율도 폭락했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이어 “지난 2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하는 법안 발의를 당내에서 한다고 했는데 검찰개혁특위에 맡겨만 놨다”며 “대표가 약속하고 추진력 있게 해야 상임위가 돌아가는데 책임회피였다”고 덧붙였다.
앞서 예비경선에서 이 지사를 집중 공격했던 것과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전 대표가 예비경선을 거치면서 지지율이 올라가자 새롭게 견제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됐다.
이 전 대표도 이런 분위기를 인정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강원 춘천에 있는 일자리재단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지사가 생각보다 참을성이 약하다”며 “지지율이 조금 올라간다고 그걸 못 참고 벌써 그러나”고 말했다.
그는 추 전 장관과 박 의원의 쓴소리에 “좋은 충고로 받아들인다”며 “시간이 갈수록 국민들이 후보자들에 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어 그런 판단이 변할 것이다. 그 변화의 과정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이런 기세를 몰아 전국 순회경선에서 양강구도를 굳히려 할 것으로 보인다. '바짝 따라붙는 2위'라면 결선투표에서 최종 역전도 노려봄직하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승자가 과반득표를 하지 못하면 1, 2위 후보끼리 결선투표를 치른다.
민주당 본경선 일정을 살펴보면 8월7일 대전·충남과 8일 세종·충북을 시작으로 △8월14일 대구·경북 △8월15일 강원 △8월20일 제주 △8월21일 광주·전남 △8월22일 전북 △8월28일 부산·울산·경남 △8월29일 인천 △9월4일 경기 △9월5일 서울 순서로 진행된다.
지역별 대의원·권리당원 선거인단의 투표결과는 순회경선 일정에 따라 현장에서 발표된다. 반면 국민선거인단의 투표결과는 3차례(8월15일, 29일, 9월5일)에 걸쳐 공개된다.
이 전 대표로서는 국민선거인단의 투표결과가 처음 나오는 8월15일 전에 지지율 상승세 흐름을 굳힐 필요가 있다. 이에 본경선이 먼저 치러지는 지역을 중심으로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최문순 강원지사와 양승조 충남지사를 향한 구애도 적극적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강원 춘천을 방문해 최 지사를 만났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보도된 강원일보 인터뷰에서 최 지사의 ‘취직사회책임제’ 등을 들며 “강원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훌륭한 정책들이 많다. 몇가지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원도 발전을 놓고 “춘천의 에너지 정책, 원주의 바이오산업, 동해안의 수소경제 등 권역별 특색을 살리는 발전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며 “3개 권역이 강원도의 발전을 이끄는 ‘삼두마차’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날(13일)에는 충청도를 방문해 양 지사를 만났다. 양 지사의 정책 가운데 일부를 같이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이 전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두 사람은 정권재창출을 위해 협력하기로 다짐했다”며 “양 지사의 정책 가운데 서산해미공항 민간기 취항, 내포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8세 이하 아이를 두신 공무원은 1시간 늦게 출근하고 1시간 일찍 퇴근하기 등을 저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전 대표의 정치 행보는 주말까지 이어진다. 이날 밤 전남 목포로 이동해 김경수 경남지사의 장인상 빈소를 방문한 뒤 주말까지 광주·전남과 전북을 잇따라 찾는 등 지지기반 확장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양강구도를 제대로 형성하려면 역시 본선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보수야권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흔들리면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쳐다보는 눈길이 늘고 있다. 민주당 당원들은 전통적으로 본선 경쟁력을 기준으로 후보를 선출해 왔다.
이제 제대로 시작된 '이낙연 검증'의 파고도 넘어야 한다. 당대표 재임 당시 당헌을 바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냈고 그래서 큰 패배를 기록한 아픈 기억도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제야 '정치인 이낙연'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앞서 전국 17개 시도별 신복지포럼을 통해 지역별 정책을 발표했다”며 “최근 지지율 상승 조짐과 함께 전국을 다시 돌며 전국 순회경선을 본격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