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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보수색채 갈수록 진해져, X파일과 대안주자 부상에 위기감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1-07-12 15: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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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달라지고 있다. 제3지대 중도 확장은 사라지고 보수 색채가 나날이 더해지고 있다.

각종 의혹 검증이 거세지고 있는 데다 야권 내 대안주자들도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먼저 보수 지지층을 결집해 지지기반으로 삼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279'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윤석열</a> 보수색채 갈수록 진해져, X파일과 대안주자 부상에 위기감
윤석열 전 검찰총장.

12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윤 전 총장은 잇따라 ‘우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보도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윤 전 총장의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수사를 놓고 과했다거나 용서할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껴안고 가는 게 과제 아닌가’라고 묻자 “그렇다. 마음이 무척 아프고 그런 감정을 품는 게 당연하다”고 대답했다.

그는 “아픔을 겪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유감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수사가 지나쳤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수사를 하다 ‘아 제대로 했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조금 덜 할 걸’이란 생각이 들고 반면 ‘미진했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나중에 ‘아 그 정도가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는 얘기를 선배들에게 들었다”며 “나 역시 검찰총장을 마치고 선배들의 경험담이 이해되는 측면이 좀 있다”고 말했다.

과거 지휘했던 수사를 일정 부분 반성하면서까지 보수 지지층에게 손을 내밀었다고 해석된다.

윤 전 총장은 정권을 가리지 않고 성역없는 수사를 펼쳐 정의를 구현했다는 정치적 상징을 자산으로 지니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사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기도 했다. 이는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조국 전 법무장관 등 수사에 못지 않게 의미 있는 일이다.

이에 윤 전 총장이 이런 말을 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적지 않은 국민들이 과거 정권 수사를 정당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관, 경제정책, 안보 등의 분야에서도 윤 전 총장은 진한 보수 색깔을 띠는 언행을 이어가고 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미국 점령군 발언’을 놓고 온라인상 설전을 벌이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 ‘소득주도성장’ 등을 비판하며 보수의 가치인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10일 서울 광화문 대선캠프 사무실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아무개씨의 유족을 만나기도 했다.

그는 유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북한의 비인도적 처사에 강력 항의하고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강력히 촉구해야 하는데 이를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의 우클릭은 그가 정치참여를 공식화하기 전을 떠올리면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애초 윤 전 총장은 보수를 표방하기보다는 중도와 탈진보를 아우르는 정치를 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래서 당시엔 윤 전 총장의 정치적 방향성을 놓고 ‘마크롱 모델’이 거론되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처럼 전통적 우파, 좌파가 아닌 제3의 공간에서 집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윤 전 총장을 둘러싸고 마크롱 모델이 거론되는 데는 그가 중도노선을 표방할 것이란 함의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윤 전 총장 이제 중도노선과는 거리가 먼 보수야권 대선주자로 위치 선정을 이미 마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여권 후보와 겨루는 대선 본선을 가정한다면 우클릭 행보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중도층으로 지지 외연을 넓히는 데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윤 전 총장이 뚜렷한 보수 야권 정치인으로서 자리매김 하려는 이유는 이전보다 정치적 입지가 불안해졌기 때문이란 시선이 나온다.

이른바 ‘X파일’로 불리는 윤 전 총장과 관련된 각종 의혹들은 대선 행보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장모의 법정구속에 이어 부인 김건희씨의 부실 논문 의혹이 불거졌고 앞으로 그와 그의 가족과 얽힌 여러 사안들을 줄줄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본선 무대에 나서기 전에 보수야권 내 경쟁을 먼저 치러야 하는 만큼 야권 경쟁자들로부터 먼저 날카로운 검증을 받을 공산이 크다.

윤 전 총장으로서는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본인이나 가족 문제로 경쟁자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난처한 처지에 몰리고 있는 장면도 남의 일 같지 않을 수 있다. 윤 전 총장과 이 지사는 각각 여‧야 선두주자란 점과 도덕성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 등에서 닮은 점이 있다.

그나마 이 지사에 얽힌 문제들은 과거 수차례 공격을 받은 적이 있는 것들이다. 이 지사는 면역력을 갖췄다지만 최근 당내 예비경선에서 일정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많다. 정치적 검증을 처음 경험하는 윤 전 총장은 이 지사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윤 전 총장은 여‧야 양쪽의 거센 공격이 예상되는 만큼 그를 뒷받침해 줄 고정 지지층이 절실하다.

게다가 이른바 대안 주자들의 출현으로 보수 지지층을 선점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야권에서 윤 전 총장의 대안으로 유력하게 꼽힌다. 정치권 안팎에서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에 앞서 국민의힘에 입당해 정치를 시작할 것이란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내 경선을 치르던지, 당 밖에서 활동하다 최종 야권 단일화 경선에 참여하던지 최소한 한 번은 야권 내 경쟁을 거쳐야 한다. 이래저래 보수 지지층을 확보하는 일은 본선에 앞서 1차 관문을 넘는 데 중요한 과제인 셈이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우클릭 행보가 지지층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5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이 중도와 탈진보까지 엮겠다고 해서 얼마나 중도로 가느냐 했는데 지난번 정치참여 선언과 기자회견, 이 지사와 역사논쟁으로 중도로 나아가기는 이제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윤 전 총장이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황 전 대표도 윤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검사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황 전 대표도 보수 집토끼들의 지지에 힘입어 한때 대선주자 1위에 오른 적도 있다.

하지만 중도 확장에 실패해 스스로는 물론 당까지 국민들의 외면을 받게 됐고 이에 따른 민심 이반은 지난해 총선의 참패로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는 황 전 대표 본인이 보수 색채가 강하기도 했지만 정치 신인으로서 미약한 지지기반 때문에 보수 지지층에 지나치게 의존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윤 전 총장은 황교안 전 대표와 같은 부류의 강경보수 성향 인물이며 국민의힘에서 흔히 봤던 수많은 정치인들과 대동소이하다”며 “이제 그의 강경보수 본색이 뚜렷해졌고 더 이상 중도나 제3세력으로 변신할 여지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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