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유권자들과 접촉면을 넓히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14일 서울 종로구의 E스포츠 롤(리그오브레전드)파그 경기장에서 게임을 체험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평소 엄중한 모습 때문에 ‘엄중낙연’이란 별명도 얻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고자 젊은층에 다가서며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 전 총리는 젊은층이 많이 이용하는 동영상서비스 ‘틱톡’에서 더 파격적 모습을 선보였다. 짧은 시간에 가죽재킷과 선글라스를 착용한 힙합 패션, 챙이 큰 중절모에 나비넥타이를 맨 마술사 복장 등으로 변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두 여권 대선주자의 변신은 정치권의 세대교체 바람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50~60대 인물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정치권에서 청년층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지며 급기야 제1야당 대표에 36세의 이준석 대표가 선출되기도 했다.
이런 흐름은 다음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데 현재 대선주자 가운데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하는 이 전 대표(1952년 출생)나 정 전 총리(1950년 출생)에게는 다소 불리한 대목이다.
세대교체 바람이 대선에 미치는 영향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확인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의뢰로 11~12일 이틀 동안 만18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범진보권 다음 대선후보 적합도를 보면 여권에서 가장 젊은 대선주자인 박용진 민주당 의원(1971년생)이 6.1%의 응답을 받으며 선전했다.
이재명 지사(31.6%), 이낙연 전 대표(15.0%)보다는 낮지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5.5%), 심상정 정의당 의원(4.8%), 정세균 전 총리(4.2%)와는 오차범위(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안에서 접전인 셈이다.
박용진 의원 등 후발주자의 추격은 더 맹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14일 강원도 춘천 한림대학교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대선주자 초청 강연회’에서 “여의도 낡은 문법을 깨뜨리고 국민 눈높이에서 ‘한국 정치가 지닌 내로남불, 아전인수가 잘못됐다’고 할 말은 하고 할 일은 하겠다”며 “젊은 대통령 박용진이 싹 갈아엎어 보겠다”고 말했다.
다른 대선주자 이광재 민주당 의원(1965년 출생)도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민주당이 기득권 정치, 꼰대정치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국민에게 외면받고 있지 않나 뼈저리게 반성한다”며 민주당의 변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그는 “세대 사이 가교 역할을 제대로, 유능하게 하겠다. 진정한 세대교체, 시대교체, 선수교체를 이뤄내겠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다소 무리하면서까지 젊은층에 다가서려는 데는 정치권의 세대교체 바람에서 뒤처질 수 없는 절박한 사정이 깔려 있는 셈이다.
후발주자들의 추격은 맹렬한데 선두주자인 이재명 지사를 넘어서기도 만만치 않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 조사기관은 대선후보 적합도 공동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지사가 25%, 윤석열 전 총장이 24%으로 양강구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대표는 7%, 정 전 총리는 1%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14~16일 전국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여권 내 이 지사의 대세론이 점점 굳어지는 반면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며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지율 반등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는 나타나지 않아 답답한 형국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표나 정 전 총리가 당내 대선 경쟁구도에서 당장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기 쉽지도 않고 호남출신인 두 사람의 지지층이 겹친다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다만 이 대표는 아직 대중적 지지도가 높고 정 전 총리는 원내 지지기반이 탄탄한 편이라 저력을 발휘할지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인용한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