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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금리인상 가능성에 건전성 관리 분주, 삼성화재는 여유 보여

김남형 기자 knh@businesspost.co.kr 2021-06-18 16:5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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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채 금리가 상승하고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재무 건전성 관리에 분주하다.

다만 삼성화재는 다른 보험사에 비해 지급여력비율에 여유가 있고 운용자산 규모도 커 금리가 오르면 투자수익을 많이 낼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 금리인상 가능성에 건전성 관리 분주, 삼성화재는 여유 보여
▲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

18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채권재분류나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지급여력비율 관리에 분주한 반면 삼성화재는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현재로선 채권재분류를 실시하거나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화재가 지급여력비율을 높이기 위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재무 건전성을 양호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화재의 1분기 지급여력비율은 286.6%다. 지난해 말보다 14.3%포인트 낮아졌음에도 여전히 손해보험사 가운데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삼성화재 다음으로 높은 곳이 메리츠화재(212.5%)다.

DB손해보험의 지급여력비율은 지난해 말 207.5%에서 올해 1분기 195.18%로 하락했다. 현대해상은 190.1%에서 177.58%로, KB손해보험은 175.8%에서 163.34%로 떨어졌다.

2023년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이 마지노선으로 두고 있는 지급여력비율 수준은 200%다. 새 국제보험회계기준이 도입되면 부채 평가기준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게 된다. 보험사 부채가 크게 늘어나는 만큼 지급여력비율이 크게 떨어지고 이는 금융당국의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 

삼성화재로서는 지급여력비율이 300% 밑으로 내려오기는 했지만 다른 보험사들에 비해 여유가 있는 셈이다.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은 지급여력비율이 200%에도 못 미치자 6월 들어 각각 4990억 원과 35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KB손해보험은 5월 3790억 원을, 메리츠화재는 4월 2100억 원을 발행했다.

이와 함께 금리 민감도를 낮추기 위해 자본계정 재분류작업도 함께 진행했다.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은 회계상으로 매도가능증권과 만기보유증권으로 나뉜다. 만기보유증권은 만기까지 보유가 확정된 장기채권을 말한다. 매도가능증권은 매도를 위한 목적으로 매입한 채권이다. 

매도가능증권은 시장가치로 평가돼 금리가 하락할 때 채권가격이 올라 자본증가로 이어져 지급여력비율이 상승한다. 반면 금리가 오를 때는 채권 가격 하락으로 자본이 감소해 지급여력비율이 줄어든다.

만기보유증권은 시장가치로 평가하지 않고 증권 취득시점의 공정가액만 계산해 장부에 반영한다.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하면 만기보유증권을 매입했을 때 금리와 현재 금리를 비교해 평가손익이 발생하는데 저금리 기조에서는 평가이익이 발생한다. 반대로 금리 인상시기에는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최근 수년 동안 보험사들은 저금리기조가 심화하는 점을 고려해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하는 전략을 주로 사용해왔는데 최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DB손해보험은 계정재분류를 통해 매도가능금융증권을 지난해 말 23조3천억 원 규모에서 올해 1분기 17조8천억 원 수준까지 낮췄다. 5조 원이 넘는 채권이 재분류되면서 만기보유금융증권은 같은기간 4천억 원 수준에서 6조 원까지 늘었다.

현대해상은 1분기 매도가능증권 19조9400억 원 가운데 2조 원을 만기보유금융증권으로 바꿨다. 만기보유금융증권 규모는 5조7천억 원에서 8조 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메리츠화재도 지난해 말 13조3천억 원이던 매도가능금융증권을 8조3500억 원으로 줄이고 만기보유금융증권을 5조1700억 원으로 늘렸다.

보험사들이 후순위채를 발행하거나 채권재분류에 나서는 것은 저금리기조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채권금리가 오르면서 평가손실이 발생하고 이는 자본 감소로 이어져 지급여력비율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7월 말 1.281%까지 낮아진 뒤 오름세를 지속하더니 최근에는 2.2%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점도 삼성화재를 제외한 다른 보험사에는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은 기본적으로 보험업계에 호재로 여겨진다.

채권 투자비중이 높은 보험업의 특성상 일반적으로 시장금리 상승은 투자이익 개선으로 이어진다. 이차역마진도 개선될 수 있다. 이차역마진은 고객에 약속했던 고정 이자율보다 보험사 운용이익률이 낮아 보험사가 손해를 보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동시에 기준금리가 올라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 매도가능증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 채권가격 하락에 따라 자본이 감소해 지급여력비율이 더욱 낮아질 수 있다.

더욱이 매도가능증권의 평가이익은 시장의 채권금리에 따라 내부적으로 날마다 산출된다. 지급여력비율은 분기보고서 및 사업보고서 기준일인 분기말 당일의 채권평가이익이 반영된 자본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금리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은 연간 순이익에 반영돼 중장기적으로 나타나는 반면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평가손실은 지급여력비율 하락 등 재무건전성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주는 셈이다.

금리가 상승하면 후순위채 발행에 따른 이자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오르기 전 미리 자본확충을 통해 지급여력비율 관리에 나선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반면 삼성화재는 금리 인상에 따른 수혜를 크게 누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는 손해보험사 가운데 운용자산 규모가 가장 크다. 

1분기 삼성화재의 운용자산은 75조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보다 4조 원 늘었다. 다른 보험사들은 현대해상이 40조5700억 원, DB손해보험이 39조1600억 원, KB손해보험 31조 원, 메리츠화재 22조6천억 원 수준이다. 각각 1조~2조 원 안팎으로 증가했다.

삼성화재는 다른 보험사들보다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이익 개선폭이 커 지급여력비율 하락을 투자이익으로 어느정도 상쇄할 수 있는 셈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크게 상향하는 등 향후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금리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높아 보험사의 안정적 자본관리 역량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보험사 가운데 자본 변동성이 적고 지급여력비율이 높은 회사가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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