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올해 1600억 원 규모의 차입금을 상환하고 해마다 차입금 규모를 줄여 2023년 말에는 차입금을 13조 원 밑으로 낮추는 계획을 세웠다.
농협은 2012년 사업구조 개편 이후 줄곧 차입금이 늘었는데 이 회장이 취임한 지난해 처음으로 800억 원을 상환했다. 이어 올해도 계획대로 상환이 이뤄지면 감소세로 전환하게 되는 것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사업구조 개편 이후 투자 대비 단기 실적이 따라오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고려해 금융지주의 배당을 늘리고 운영비용을 절감하며 판관비와 고정투자를 최소화하는 등 자구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차입금은 2012년 9조3400억 원에서 2019년 13조4200억 원까지 늘었다. 2012년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구조조정을 하면서 부족한 자본금을 정부 출연금 대신 농협금융채권 발행으로 조달했고 경제사업의 손실이 쌓이면서 이를 메우기 위해 외부 돈을 빌려 썼다.
차입금이 늘면서 농협중앙회가 한 해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이 2019년 한때 3400억 원까지 늘었는데 차입금이 줄어들면 이자부담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비용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농협형 스마트팜 개발, 디지털 전환, 농산물 유통채널 혁신 등 이 회장이 추진하는 여러 정책들을 지원할 여력이 커질 수 있다. 재무구조 개선이 곧바로 이 회장의 농협 개혁과 맞물리는 셈이다. 특히 디지털 전환은 고비용구조를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재무구조 개선과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는 부분도 있다.
이 회장은 신년사에서 "차입금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미래성장 동력에 과감한 투자가 가능해지고 농업 농촌을 위한 지원에도 적극 나설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회장이 차입금 규모를 줄이고 농협의 각종 사업에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NH농협금융지주 및 계열사의 매출과 순이익을 최대한 끌어올려 농업지원사업비와 배당금 규모를 늘려야 한다.
농협중앙회는 자체 수익사업이 없고 자회사에서 들어오는 농업지원사업비와 배당금으로 교육지원사업과 경제사업 지원, 조합원 배당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 농업지원사업비는 계열사의 매출규모에 따라 결정되며 배당금은 순이익 규모와 배당성향에 달렸다.
NH농협금융지주는 2019년 순이익 1조7796억 원을 거두며 처음으로 순이익 1조 원을 넘긴 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1조7359억 원을 내는 등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적도 순이익 6044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78% 증가하는 등 순항하고 있어 2022년에 지급될 배당금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올해 1분기에는 금융당국에서 은행권의 배당성향을 20% 밑으로 낮출 것을 권고하면서 NH농협금융도 배당성향을 20%로 제한했지만 이달 말 배당제한이 풀리면 2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중간배당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NH농협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2018년 4.92%에서 2019년 28.1%, 2020년 20% 등으로 증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