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삼성중공업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달리 흑자전환에 거듭 실패하고 있다.
정 사장은 리스크 관리를 맡았던 이력을 지니고 있는데 이 경험을 살려 삼성중공업을 이익 내는 조선소로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삼성중공업 언제 흑자 내나, 2023년 약속하지만 시장은 의구심
삼성중공업은 자체적으로 2023년에는 흑자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5월 발표한 1분기 실적 관련 IR자료를 보면 “2021년 수주 증가에도 불구하고 저부하 영향으로 2022년은 흑자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적혀 있다. 해양프로젝트 수주 지연에 따라 2022년 매출이 2021년보다 떨어질 것이고 이에 따른 고정비 부담 가중 영향으로 흑자전환이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9월 이후 진행할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더불어 △고정비 감축을 위한 인력 및 자산 효율화 △계획을 웃도는 신규수주 추진 △해외 사업 스펙트럼 확대 등 자구적 노력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중공업이 밝힌 대로 2023년에 영업이익이 난다면 2014년 이후 9년 만에 연간 영업이익 기준 흑자로 돌아서게 된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의 흑자전환 의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삼성중공업은 2016년과 2018년 등 유상증자를 2차례 진행하면서 항상 흑자전환을 약속했지만 단 한 번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과 대비된다.
삼성중공업이 흑자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증권가와 신용평기기관은 경영 효율화작업이 우선이라고 본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이 2023년 흑자전환을 달성하려면 판관비 감축이 선행돼야 한다”며 “삼성중공업의 경상 판관비율은 5.6%로 대우조선해양 3.2%의 약 2배”라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조선업을 둘러싼 대내외 변수들은 유사하게 작용함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요인들로 인하여 국내 조선사 사이 실적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각 조선사 사이 수주 경쟁력과 건조능력, 원자재 조달능력 등을 제외했을 때 1분기 조선사 사이 실적차가 발생하게 된 첫 번째 원인은 외형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중공업그룹3사는 건조물량이 소폭 늘어난 덕에 매출이 늘었지만 삼성중공업은 기존 프로젝트의 상당부분이 인도·종료되면서 매출 인식이 감소한 탓에 고정비 부담이 늘어 흑자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내부적으로도 고정비 부담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하며 고정비 감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 영업손실 5068억 원 가운데 ‘고정비 부담에 따른 경상손실’이 668억 원이었다며 2~4분기에도 고정비 부담에 따른 손실이 분기별로 700억 원씩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중공업은 고정비 감축을 위한 방법으로 △중장기 사업규모에 적합한 인력구조 재편 △고정비용 절감을 위한 제도 개선 추진 등을 제시하고 있다.
◆ 삼성중공업 실적 개선의 장애물, 해양플랜트가 여전히 발목 잡는다
고정비 부담 이외에도 삼성중공업이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해양플랜트다.
해양플랜트사업은 조선사들에게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다. 조선3사는 과거 선박 수주로 고생하다가 해양플랜트라는 새 먹거리 사업을 만나 수주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설계능력 부족에 따른 공사기간 지연으로 원가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조선3사는 2014년 이후 해양플랜트에서 수조 원대 손실을 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가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시추업체들이 파산하거나 시추설비 인도를 거부하면서 손실이 발생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이 악몽을 떨쳐내기 위해 2016년부터 시작한 구조조정 이후 해양플랜트사업을 축소하는 데 공을 들였다.
현대중공업이 2020년에 조선과 해양플랜트사업에서 낸 매출 가운데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다.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 기준으로 해양과 특수선의 매출비중이 27%다.
삼성중공업은 이들과 비교해 해양플랜트사업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삼성중공업이 조선과 해양플랜트의 매출을 따로 공시하지 않아 정확한 매출비중을 파악하긴 힘들지만 해양플랜트사업의 비중이 30~40%가량인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한다. 2016년 60%보다는 감소한 것이지만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해양플랜트사업은 실제로 삼성중공업의 발목을 잡았다.
삼성중공업이 1분기 낸 영업손실 5068억 원 가운데 인건비와 같은 고정비 부담을 제외한 일회성손실은 4400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시추설비의 평가손실은 2140억 원이 반영됐다. 일회성손실의 절반가량을 해양플랜트가 차지한 것이다.
◆ 리스크관리팀장 출신 정진택, 삼성중공업 흑자 내는 CEO 될까
삼성중공업 흑자전환을 짊어진
정진택 대표이사 사장은 조선소장 부사장을 맡다가 2020년 12월 8일 사장으로 승진하며 새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삼성중공업은 당시 “정 신임 사장은 폭넓은 지식과 경험, 글로벌 역량을 바탕으로 조선해양사업의 위기 극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외형 감소에 따른 고정부 부담을 줄이고 해양플랜트사업을 잘 관리하며 미래 실적을 위한 수주 확대 등이 그의 과제다.
다행히 수주에서는 청신호가 들어오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에만 신규수주로 51억 달러를 확보했다. 올해 초 제시했던 수주 목표의 3분의 2가량을 채운 것이다.
수주잔고는 3월 말 기준 254억 달러이며 매출기준 수주잔량은 16조2천억 원이다. 이는 2015년 이후 최고수준이다.
삼성중공업은 매출기준으로 2년 반에 이르는 일감을 확보해 놓았다. 수익성 위주의 선별수주가 가능한 영업활동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흑자전환을 위한 토대가 다져졌다는 것이 삼성중공업의 의견이다.
하지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히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삼성중공업의 1분기 어닝쇼크를 놓고 “1분기 신규수주 프로젝트에도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을 설정하면서 이 수주잔고가 공정에 본격적으로 투입되는 2022~2023년까지도 영업채산성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수주잔고에서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정 사장의 중요 과제일 수밖에 없다.
정 사장은 삼성중공업에서 리스크관리팀장을 지냈다. 삼성중공업의 리스크관리팀은 수주 대상 일감의 위험도를 파악해 수주 전략에 기여하고 수주한 뒤에도 위험을 관리하면서 대규모 손실 가능성을 검토하는 조직이다.
정 사장이 수주물량의 위험도를 진단하는 역할을 맡았던 만큼 현재 확보한 일감뿐 아니라 앞으로 확보할 물량을 놓고도 철저한 원가 절감방안을 찾아낼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중장기 사업규모에 적합한 인력구조 재편 및 고정비용 절감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외부 조선소를 활용한 하프쉽(Half-Ship) 건조공법 등을 통해 원가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해양플랜트사업의 비중을 낮추는 일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5월 실적발표를 하며 올해 수주목표를 기존 78억 달러에서 91억 달러로 높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조선부문에서 기존 46억 달러보다 54% 높은 71억 달러의 일감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반면 해양부문에서는 기존 32억 달러보다 38% 낮은 20억 달러의 일감을 따내겠다고 했는데 이는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비중 낮추기 의지를 보여준다.
◆ 삼성중공업 지난 6년 동안 어떤 길 걸었나, 정진택은 전임 CEO들과 다를까
삼성중공업은 6년 동안 누적적자만 4조 원을 넘게 내며 부진에 빠져 있다.
정진택 사장 전임 최고경영자(CEO)들은 회사를 수렁에서 건져내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박대영 전 대표이사 사장은 2016년 5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구계획안을 제출하며 삼성중공업의 구조조정에 신호탄을 쐈다. 삼성그룹 계열사가 채권단에 구조조정 계획서를 제출한 것은 1999년 삼성자동차 이후 17년 만이었다.
박 전 사장은 인력 구조조정과 순차적 도크 폐쇄,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유례없는 수주 절벽으로 일감이 바닥을 드러내자 거제조선소 생산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2017년 11월부터 반 년가량 순환유직을 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사장은 흑자전환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2017년 12월
남준우 전 사장을 다음 대표이사로 추천한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남준우 전 사장은 조선업 수주 불황기였던 2017년 울며 겨자먹기로 낮은 가격에 수주한 선박 탓에 계속 적자를 내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체질 개선을 위해 무분별한 해양플랜트 수주를 지양하고 LNG운반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삼성중공업이 잘 하는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영업을 펼쳤다.
세계 발주가 20% 가까이 줄어든 2019년에는 수주목표의 91%를 채우며 선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와 더불어 재고로 보유한 해양플랜트 처리 문제 등에 발목을 잡히며 결국 흑자전환을 보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진택 사장이 삼성중공업의 2023년 흑자전환을 가능하게 만든다면 전임 CEO들이 지키지 못한 약속을 뒤늦게 지키는 CEO가 된다. [채널Who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