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소매금융사업 매각계획과 관련해 여러 금융회사에서 인수의향서를 받고 논의를 진행할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고용승계가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당국과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고용안정을 중요한 요소로 바라보는 반면 잠재적 인수후보들은 직원 고용승계와 관련해 부담을 느끼고 있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4일 한국씨티은행에 따르면 소매금융사업 매각과 관련해 접수한 여러 금융회사의 인수의향서를 검토하고 6월 안에 최종 인수후보를 선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3일 이사회에서 매각을 포함한 소매금융사업 출구전략 추진 방향을 논의했는데 인수의사를 보인 금융회사들이 전체 직원 고용승계를 두고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소매금융사업 매각 추진 과정에서 사실상 큰 폭의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실시하거나 여러 사업부를 쪼개서 매각하는 선택지를 고려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사업 매각은 흥행이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자금력을 갖추고 있는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인수에 실익이 적다고 판단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다른 금융회사들은 소매금융업 전체를 인수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매각가격이 2조 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어 금전적 부담이 큰 반면 한국씨티은행의 국내 은행과 카드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라 단기간에 인수 뒤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매각 과정에서 고용승계가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임직원은 3월 말 기준으로 3291명에 이르는데 소매금융부문은 900명 정도로 추산된다.
한국씨티은행 노조가 구조조정과 사업부 분할매각 등 가능성을 두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도 한국씨티은행 매각 과정에서 고용문제를 주시하겠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4월 한국씨티은행이 소매금융사업 매각을 발표한 뒤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고 고용안정도 이뤄질 수 있도록 진행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노조와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5월 초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면담을 통해 노조가 소매금융업 매각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모든 직원 고용승계를 보장하도록 해 달라는 요구사항도 전달했다.
금융당국은 매각방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한국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아직 금융당국에서 공식적으로 답변을 받은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 한국씨티은행 매각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고용안정 등 명분을 앞세워 개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인수후보가 구체화되면 금융위 승인을 거쳐야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업 인수를 확정지을 수 있기 때문에 고용승계 등을 놓고 금융당국의 압박을 받게 될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부문을 인수하는 금융회사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면 여론 악화로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1분기 말 기준 한국씨티은행 임직원 연간 급여 총액이 1152억 원에 이르는 만큼 인수하는 회사가 고용승계를 결정한다면 인건비 부담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결국 한국씨티은행이 고용문제와 관련한 변수를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할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소매금융업 전체 매각이 어려워진다면 사업부 분할매각과 단계적 폐지절차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조는 이에 반발해 성명을 내고 한국씨티은행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고객과 직원, 은행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전체 매각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국 씨티그룹 본사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소매금융사업에서 가능한 빨리 손을 떼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보인 만큼 인수전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매각이 성사되지 않아 한국씨티은행이 일부 사업부만 분할매각한 뒤 단계적 폐지절차를 밟게 된다면 실업사태와 소비자 피해가 이어질 수도 있다.
금융당국이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태도를 바꿔 한국씨티은행과 노조, 인수후보 사이 의견을 조율하고 대규모 실업 가능성에 따른 후속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한국씨티은행은 이전부터 한국과 미국 동맹의 상징으로 꼽혀 중요성이 컸다”며 “금융당국도 이런 점을 고려해 특별히 신경을 쏟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