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 기자 cyc0111@businesspost.co.kr2021-06-01 16: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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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민 엠투엔 회장이 신라젠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펙사벡을 확보하게 돼 항암제 개발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됐다.
미국 관계사와 협력해 펙사벡의 임상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신라젠의 코스닥 주식거래 재개까지 이끌 수 있을지 제약바이오업계는 주목한다.
▲ 서홍민 엠투엔 회장.
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엠투엔이 7월15일 신라젠 지분을 취득해 최대주주에 오르면 항암제 개발에 한층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엠투엔은 난소암 치료제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가 최근 항암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인 하워드 카프만 하버드 의과대학 박사도 영입하는 등 항암제 개발역량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신라젠과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서 회장은 엠투엔의 신라젠 지분 인수로 단숨에 글로벌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는 항암제 후보물질을 확보하게 됐다.
바이오업계 일각에서는 엠투엔이 자체 보유한 항암제 후보물질을 신라젠의 펙사벡과 병용해 개발할 수도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이미 신라젠이 면역항암제 리브타요, 여보이, 임핀지, 바벤시오 등과 펙사벡을 각각 병용하는 요법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엠투엔의 항암제 후보물질과도 병용개발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신라젠은 2019년 8월 간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3상을 실패한 뒤 신장암, 대장암, 흑색종 등 다른 적응증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펙사벡의 가치를 회복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특히 펙사벡을 신장암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과 함께 면역항암제 리브타요를 병용하는 요법으로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다.
엠투엔은 난소암 치료제 후보물질 GRN300을 보유하고 있는데 전임상 단계에서 다른 항암제와 병용 투여했을 때 기존 치료제의 효과를 높여주는 결과를 확보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엠투엔은 현재 미국에서 GRN300의 임상1a/1b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임상1상을 마친 뒤 삼중음성유방암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 회장은 신라젠이 펙사벡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하는 데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라젠은 이미 자체적으로 개발한 정맥주사형의 항암제 효능을 높이는 플랫폼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암종에 관한 치료제 제작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엠투엔은 5월31일 신라젠과 유상증자에 관한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바이오사업부문에서 협력하고 있는 관계사인 미국 바이오기업 그린파이어바이오와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상근 엠투엔 바이오사업총괄 대표는 올해 4월 한 국내언론과 인터뷰에서 “신라젠이 보유한 역량에 엠투엔과 그린파이어바이오의 주요 인력들의 경험이 결합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확신이 있다”며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펙사벡과 앞으로 확보할 신규 신약 후보물질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린파이어바이오는 초기 단계의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해 연구개발한 뒤 기술수출하는 사업모델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엠투엔도 이런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공산이 크다.
서 회장은 신약 후보물질 확보뿐만 아니라 엠투엔의 신라젠 지분투자에 따른 수익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상증자를 위해 외부평가기관으로부터 평가받은 신라젠 주식 가치는 1주에 3200원에 불과하지만 2020년 5월4일 코스닥에서 주식거래가 중단되기 직전의 신라젠 주식의 1주당 가격은 1만2100원이다.
엠투엔은 신라젠 지분 전량이 3년 동안 보호예수에 묶여 단기에 주식을 처분할 수는 없지만 신라젠은 향후 펙사벡의 개발성과에 따라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질 수도 있어 엠투엔은 지분투자에 따른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신라젠은 펙사벡의 간암 치료제 개발 기대감으로 2017년 한때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엠투엔 이사회는 5월31일 신라젠의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신라젠 주식 1875만 주를 600억 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이로써 엠투엔은 신라젠 지분 20.75%를 확보하게 됨에 따라 문은상 전 대표(5.15%)를 밀어내고 최대주주에 오르게 됐다.
신라젠 관계자는 “향후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을 구성할 것이다”며 “다만 임시 주주총회 개최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이오업계 일각에서는 신라젠의 경영 정상화 조건이 달성된 만큼 연내 신라젠 주식거래가 재개될 수도 있다는 시선을 보낸다.
신라젠은 2020년 11월 말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로부터 상장폐지, 상장적격성 인정(거래재개), 개선기간 부여 등에 관해 심의를 받고 개선기간 1년을 부여받았다.
당시 한국거래소는 개선기간에 신라젠에게 신규투자자 유치 등의 방식으로 자본금을 500억 원 이상 확충하고 신규 최대주주는 지분 15% 이상을 확보하도록 해 지배구조를 개선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개선기간 종료시점인 올해 11월 이전에라도 기업이 직접 의무이행내역서 등을 제출하면서 개선기간 종료를 신청할 수 있다”며 “한국거래소는 신청서 접수 이후 20일 안에 개선기간 종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철강제품 제조를 주력사업으로 하는 디케이디앤아이의 회사이름을 2020년 8월 엠투엔으로 바꾼 뒤 바이오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 바이오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를 각각 설립했으며 최근 미국 관계사 그린파이어바이오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며 5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서 회장은 엠투엔 지분을 17.86% 들고 있는 개인 최대주주이면서 동시에 대부업체 리드코프 지분 15.28%를 보유해 회장으로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부인인 서영민씨의 동생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