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부산 동래구 래미안 포레스티지(온천4구역 재개발사업) 후분양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게 됐다.
온천4구역 재개발조합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가격 재심사 신청과 후분양 준비를 함께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오 사장은 조합의 결정에 따라 셈법이 복잡해질 수 있다.
1일 온천4구역 재개발조합원들에 따르면 조합이 후분양을 위해 금융회사들과 자금조달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온천4구역 재개발사업을 후분양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1조 원 수준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조합은 연 4%대 금리의 대출을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온천4구역 재개발조합이 6월 이후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분양보증가격 재심사를 신청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심사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을 때 후분양을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오 사장은 온천4구역 재개발사업이 후분양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생겨나는 것이 반갑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온천4구역 재개발사업은 올해 부산 최대 분양으로 전체 4043세대 가운데 일반분양만 2331세대 이르는 대형사업이다.
올해 삼성물산이 계획한 분양예정물량인 1만4천여 세대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후분양으로 전환됐을 때 오 사장으로서는 우선 분양계획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게다가 후분양은 조합과 달리 시공사에게는 별다른 이익이 없다.
후분양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가격을 따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조합이 높은 일반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게 해주지만 이에 따라 시공사의 공사비가 높아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공사는 후분양으로 2~3년 뒤 청약시장 경기 변화에 따라 미분양 등 예측할 수 없는 위험만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온천4구역 재개발사업은 4월 말 동래구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착공에 들어갔다.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분양보증을 받고 착공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일반분양가격 산정을 놓고 이견을 보인 온천4구역 재개발조합은 우선 SGI서울보증으로부터 보험증권을 발급받아 공사에 착수했다.
다만 최근 조합 움직임을 살펴보면 온천4구역 재개발조합이 후분양을 추진하더라도 삼성물산이 추가적 금융부담을 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온천4구역 재개발조합은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보증 없이 금융사들과 공사비 대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 후분양에서 재건축, 재개발조합이 시공사를 통해 대출을 받거나 시공사의 대출 보증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에서 가장 높은 인지도를 갖추고 있는 덕에 조합과 여러가지 가능성을 놓고 진행한 협의에서도 상당히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오 사장은 신년사에서 “고객, 사회와 약속인 환경과 품질은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그동안 삼성물산이 쌓아온 인지도가 주요 협상에서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온천4구역 재개발조합이 후분양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향후 부산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후분양을 추진하더라도 원하는 수준까지 일반분양가격을 높일 수 없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부산은 최근 사하구 괴정5구역 재개발사업 등 주요 도시정비사업이 후분양을 진행하며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제도를 통한 분양가격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기도 하다.
오 사장은 올해 안에 일반분양을 추진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한 만큼 하반기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가 재심사 결과가 조합 눈높이에 맞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월 말 나온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가격은 3.3㎡당 1628만 원으로 조합이 기대했던 1900만 원 수준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삼성물산은 온천4구역 재개발사업의 후분양과 관련해 확정된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조합 내부에서 후분양 추진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전해 들었다”면서도 “공식적으로 조합에서 분양시점과 관련해 알려온 사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