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대표이사 부회장이 경영 홀로서기 첫 해부터 사망사고를 막아야 하는 과제를 무겁게 짊어지게 됐다.
고려아연은 올해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데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특별감독에 따른 작업중지기간이 길어지면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을 일정부분 받을 수밖에 없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5월30일 질식사고로 노동자 2명이 사망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대상으로 이번주 산업안전 감독관의 조사를 진행한 뒤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산업안전특별감독을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 산업안전 감독관의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아직 산업안전특별감독의 범위와 기한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작업중지 범위와 기한도 특별감독 과정에서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가 메탈케이스 냉각 과정에서 사용된 질소에 따른 산소 결핍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와 관련해 질소를 이용해 쇳물을 냉각하는 온산제련소 동종작업 10개 라인을 대상으로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는데 산업안전특별감독 기간에 작업중지 범위가 넓어지고 기간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려아연 사업장에서는 이번 사고를 포함해 최근 5년 동안 9명의 노동자가 사망해 고용노동부는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김부겸 국무총리의 사돈회사라는 점도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 강도를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 총리 사위인 최민석 전무는 현재 고려아연에서 일하고 있다. 최민석 전무는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의 막내아들로 2015년 김 총리의 둘째 딸과 결혼했다.
정부가 임기 내 산업재해에 따른 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해 산업안전 강화에 힘을 싣는 상황에서 국무총리의 사돈회사를 향한 특별감독이 소홀히 진행된다면 입길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최윤범 부회장에게는 현재 상황이 큰 부담될 수밖에 없다.
최 부회장은 최기호 창업주의 차남인 최창걸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로 1975년 태어나 미국 애머스트대학과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2007년 고려아연에 합류했다.
2019년 고려아연 각자대표이사 올랐고 올해 3월 작은아버지이자 김부겸 총리의 사돈인
최창근 회장이 대표에서 물러나면서 3세 경영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고려아연은 1분기 아연과 연 가격 상승과 금 판매 확대로 2011년 3분기 이후 10년 만에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내는 등 올해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강도 높은 특별감독에 따라 작업중지기간이 길어지면 실적 개선폭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 부회장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 관련 강도 높은 대책을 세워야 하는 과제도 무겁게 짊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고려아연을 향한 특별감독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고려아연은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사망사고가 많이 일어난 사업장으로 공표됐음에도 올해 3월에 이어 사망사고가 또 발생하는 등 회사가 안전 관련 개선 의지를 지니고 있는지 심히 의심된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2007년 고려아연 입사 뒤 본사 기획팀에서 오래 일했고 온산제련소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거쳐 제련소 상황도 잘 알고 있다.
최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현시대를 살아가는 기업의 목적과 임무는 단순한 이익 창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환경과 사회적 가치까지 포함하고 있다”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고려아연의 ESG를 점검하고 추진하는 프로젝트 팀을 만들어 전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재계 화두로 떠오른 지속가능을 위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을 강조한 셈인데 산업안전은 ESG경영의 주요 요소로 평가된다.
고려아연은 이날 지역언론 등에 경영진 일동 명의로 '머리 숙여 사죄 드립니다'라는 사과문 광고를 내고 “유가족을 향한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안전한 작업장을 만드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의 조사와 특별감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자체진단 등을 통해서도 재발방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