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기업 대만 TSMC가 곧 공식행사를 통해 반도체 관련 신기술과 함께 증설 등 투자계획을 내놓는다.
새 투자계획의 핵심은 파운드리사업 중심지인 미국에 관한 투자규모다. TSMC는 주요 경쟁기업인 삼성전자를 상대로 파운드리업계 1위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규모를 넘어서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 TSMC 2공장(Fab2) 전경. < TSMC > |
25일 TSMC 홈페이지에 따르면 6월1일 온라인으로 ‘기술심포지엄’ 행사를 개최한다.
TSMC는 고객사와 협력사를 대상으로 반도체 관련 신기술과 생산능력 확대계획을 공유하기 위해 매해 기술심포지엄을 연다. 지난해 기술심포지엄에서는 2나노급 반도체공장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TSMC가 이번 행사를 통해 앞서 내놓은 ‘3년 동안 1천억 달러’ 투자방안의 구체적 내용을 제시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특히 미국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 확대를 공식화할지 주목된다. 파운드리 2위기업 삼성전자가 그동안 물밑으로 추진되던 미국 투자를 최근 공개적으로 확정했기 때문이다.
TSMC도 삼성전자에 대응해 미국 고객사를 유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투자규모를 밝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21일 한국과 미국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으로서 미국을 방문해 현지에 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공장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의 파운드리사업 확대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비롯한 시스템반도체 투자규모를 기존 133조 원에서 171조 원으로 확대하는 계획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다만 TSMC는 미국에서 삼성전자보다 훨씬 더 큰 투자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 120억 달러 규모의 5나노급 반도체공장 1곳을 세운다고 지난해 밝혔다. 그런데 영국 로이터 등에 따르면 TSMC는 최근 미국에 반도체공장 5곳을 추가로 건설하고 미세공정 수준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TSMC가 3나노급 반도체공장을 건립하는 데 230억~250억 달러 수준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며 “TSMC는 향후 10~15년에 걸쳐 피닉스 사업장에서 2나노급을 비롯한 더 미세한 반도체도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물론 TSMC는 아직 이런 내용의 추가 투자를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이 TSMC의 파운드리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꼽히는 만큼 투자 자체는 확정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TSMC는 (미국에서) 가장 큰 라이벌인 삼성전자, 최근 파운드리에 진출한 인텔과 경쟁에 힘을 실을 것이다”며 “TSMC가 애리조나에 사들인 부지는 대만에 있는 가장 큰 사업장과 비슷한 수준의 공장을 가동할 수 있을 만큼의 규모”라고 말했다.
현재 TSMC는 파운드리시장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2위 삼성전자와 큰 차이를 벌리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파운드리시장 점유율은 TSMC 54%, 삼성전자 17% 등으로 집계됐다.
수익성에서도 TSMC가 훨씬 우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세계 전체 파운드리업체의 영업이익 227억 달러 가운데 85%를 TSMC가 차지했다.
TSMC는 수익의 대부분을 미국 기업에서 창출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에는 애플과 AMD,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세계의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들이 모여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TSMC 순이익의 62%가 미국 고객사들에게서 나왔다.
삼성전자도 퀄컴과 엔비디아 등 미국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지만 TSMC와 비교해 고객 수나 일감규모가 현저히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TSMC와 삼성전자가 비슷한 시기 미국 투자에 들어가 현지 고객사와 접근성을 높일 경우 TSMC 쪽에 더 유리한 시장구도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향후 10년 동안 171조 원을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해마다 300억 달러 가까운 시설투자를 계획하는 TSMC를 추월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