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재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이 21일 열리는 한국과 미국 정상회담의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회장 또는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이 삼성전자 측의 경제사절단 참석자로 거명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제사절단에 포함될 경영자가 누구인지, 미국에서 무엇을 할 지 등 자세한 내용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감된 상태에서 삼성의 대표자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게 된다는 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제사절단에 포함됐다는 점 등에서 참석자의 ‘격’을 맞추기 위해 김 부회장이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재계나 반도체업계는 김 부회장이 미국에서 발표할 삼성전자의 투자계획에 주목한다.
삼성전자는 이전부터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공장 증설에 170억 달러(20조 원가량)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김 부회장이 정상회담에 맞춰 미국에서 이 투자계획을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본다.
다만 반도체업계에서는 김 부회장이 풀 투자 보따리에 추가 계획이 있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대만 TSMC를 따라잡기가 이대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삼성전자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스틴 파운드리 증설 이외에 별도의 투자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 가능성으로 오스틴 파운드리공장의 증설 이외에 초미세공정을 적용한 별도의 파운드리라인 신설계획이 가장 먼저 꼽힌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분기 기준으로 18% 점유율의 2위 회사다. 점유율 56%의 1위인 대만 TSMC와 격차가 3배에 가깝다.
김 부회장으로서는 TSMC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초미세공정 분야에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을 공산이 크다.
최근 IBM이 2나노미터급 초미세공정이 적용된 반도체를 공개하는 등 글로벌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회사들은 갈수록 미세한 공정이 적용된 시스템반도체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TSMC가 초미세공정에서 먼저 투자 보폭을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로이터 등 외신들은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최대 250억 달러(28조 원가량)를 들여 3나노 파운드리라인을 신설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TSMC는 모두 내년부터 3나노 공정을 적용한 파운드리의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그런데 TSMC가 생산능력 측면에서 먼저 치고 나가려 하는 셈이다.
김 부회장으로서는 3나노 파운드리 양산시대의 시작부터 삼성전자가 TSMC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추가 투자를 진행할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김 부회장이 미국에서 차량용 반도체와 관련한 투자를 발표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차량용 반도체는 최근 공급부족현상이 부각되는 것과 별개로 투자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분야로 꼽힌다.
업계에서도 공급부족현상이 올해 하반기부터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과 2년 가까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함께 나오고 있어 투자전략을 세우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최신 설비가 아닌 구식 설비로 생산되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설비를 구하는 것도 과제다.
다만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차량용 반도체 투자를 결정한다면 현대차그룹을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투자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에 앞서 13일 삼성전자는 현대차,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차량용 반도체 수요·공급기업 사이 협력을 강화하는 협약을 맺었다. 이어서 14일 현대차그룹이 2025년까지 미국에 8조 원을 투자해 전기차 생산기지를 짓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현지 친환경차시장의 흐름을 주시하며 생산규모를 단계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수주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도록 하는 우량 고객사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김 부회장이 미국에서 반도체 패키징 관련 투자계획을 내놓을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