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LG AI(인공지능)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공개되는 ‘초거대AI’는 장기간 연구개발이 필수인 바이오분야에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거대AI는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한꺼번에, 빠르게 처리하면서도 자율적으로 사고, 학습, 판단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LG AI연구원은 “초거대AI로 수만 명의 전문가가 힘을 합쳐야만 진행할 수 있었던 분야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며 “면역 체계를 활용한 신개념 암치료제인 항암 백신 개발 등에도 초거대AI를 적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통상 백신과 같은 바이오 신약을 개발할 때는 데이터 검토, 새로운 후보물질 발굴 등에 막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유럽 연구협력센터(KERC)에 따르면 바이오 신약 연구개발에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연구개발 평균비용은 2015년 기준 38억 달러에 이르러 2000년 8억 달러와 비교해 4배 이상 늘었다.
초거대AI 등 인공지능은 이런 신약 개발의 어려움을 줄일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KERC는 홈페이지를 통해 “인공지능은 신약 개발의 모든 단계에서 적용되고 활용될 수 있다”며 “수천 개의 가능성 높은 물질들을 설계하고 테스트해 성공률과 실패율을 지속해서 축적시킴으로써 추후 정확도가 향상된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코로나19 백신이 일반신약보다 신속하게 개발된 데도 인공지능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인공지능전문 조사업체 애널리틱스인사이트는 아스트라제네카가 기계학습(머신러닝) 등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신약 개발기간을 75% 단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LG그룹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바이오산업 육성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이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말 LG AI연구원 출범 당시 “AI연구원이 그룹을 대표해 기업 스스로의 변화와 혁신의 방법을 발전시켜나가는 핵심적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며 인공지능을 위주로 한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물론 LG그룹에서 현재 바이오사업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애초 제약 등 바이오를 담당했던 LG생명과학은 2016년 LG화학에 합병됐다. LG화학에서 생명과학사업부문 매출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 1.7%에 불과하다.
LG그룹은 그동안 소홀했던 바이오 등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 놓인 것으로 파악된다. 구본준 LX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 LG상사, LG하우시스, LGMMA, 실리콘웍스 등 계열사를 이끌고 LG그룹과 계열분리를 진행하고 있어 외형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LG가 계열분리를 계기로 바이오를 비롯한 신사업 육성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는 보유하고 있는 현금 등을 활용해 향후 바이오·디지털 건강관리(헬스케어), 원천기술(딥테크) 등에 투자해 성장동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이런 점을 놓고 보면 구 회장의 인공지능 투자가 이날 발표한 1천억 원 규모에 그치지 않고 지속해서 확대될 가능성도 나온다.
LG AI연구원은 초거대AI 개발을 위해 1초에 9경5700조 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또 컴퓨팅 인프라를 계속 세계 최고 수준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바이오뿐 아니라 LG그룹의 다른 주력사업도 인공지능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LG전자는 가전과 로봇 등 다양한 인공지능 기반 제품을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고도화를 위한 양자컴퓨팅기술을 개발하는 중이다.
LG유플러스는 5G통신 품질 검증, 음성비서 등에 인공지능을 적용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특허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중장기 연구개발 전략 수립에 활용한다. 이같은 인공지능 활용은 앞으로 더 확대될 공산이 크다.
LG AI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초거대AI의 첫 버전을 공개한 뒤 내년 초 성능을 더 개선한 인공지능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