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현대해상은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수준 순이익 1265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주가는 깜짝실적 발표에 장중 한때 6.7% 급등했다.
현대해상의 이런 실적은 현대해상 주요주주에 올라 있는 한화생명에게도 반가운 일이다.
한화생명은 5월 초 기준으로 현대해상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 한화생명이 4.10%, 한화투자증권·한화자산운용이 0.90%를 들고있다.
한화생명은 현대해상 지분보유는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생명보험사인 한화생명이 자회사로 한화손해보험을 거느리고 있음에도 손해보험사인 현대해상에 투자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현대해상이 다른 손해보험사들과 비교해 저평가상태에 있어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020년 말 기준 현대해상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0배로 메리츠화재(0.90배), 삼성화재(0.55배), DB손해보험(0.47배) 등에 뒤진다.
다만 한화생명의 지분 보유를 단순투자로만 보기도 어렵다. 얼마 전 한화생명과 현대해상이 업무제휴를 맺었기에 전략적 지분 투자로도 해석할 여지가 있다. 지분투자를 통해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화생명은 3월 판매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출범을 앞두고 현대해상과 생명·손해보험 통합컨설팅 기법 개발, 상품 혁신 방안 공유, 마케팅 공동 추진 등에 협력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약 2만 명의 설계사를 보유하고 있어 보험대리점(GA) 업계 1위다. 한화생명의 영업력에 손해보험 업계 2위 현대해상의 상품경쟁력이 결합하면 상승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생명과 현대해상의 협력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공교롭게도 두 회사 모두 비슷한 또래에 관심사가 겹치는 오너 후계자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역할이 커지면서 두 회사의 관계가 장기적으로도 더욱 발전해 갈 수도 있다는 의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는 1985년 태어났고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아들 정경선 HGI 이사회 의장은 1986년 출생이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참여한 이력은 이들의 공통점이다. 김 전무는 한화그룹 내 스타트업 지원사업인 드림플러스를 이끌었고 정 의장은 소셜벤처를 지원하는 루트임팩트와 HGI를 설립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화제가 된 음성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에서 김동원 전무가 정경선 의장을 팔로우 하는 등 두 사람의 접점도 발견된다.
김 전무는 한화그룹 금융사업 전반에 관여하고 있으나 정 의장은 아직 현대해상에 입사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지분을 조금씩 늘리고 있어 조만간 경영참여 가능성이 떠오른다. 정 의장의 현대해상 지분은 2020년 말 0.31%였는데 현재 0.45%로 확대됐다.
현대해상은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지주회사체제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최근 공시대상대기업집단에 새로 지정돼 지배구조 개편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지배구조 개편은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주요주주인 한화생명이 우군 역할을 한다면 현대해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해상은 정몽윤 회장(21.9%)과 한화생명 외에 국민연금(7.2%)과 블랙록(6.0%) 등을 주요주주로 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