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경부고속도로 양재IC~동탄IC 구간의 지하화사업과 관련한 계획을 상반기 안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사업은 공사비 규모를 고려하면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사업을 주도할 만한 역량을 지닌 대형건설사들의 기대감도 커질 수 밖에 없다.
▲ 2일 경부고속도로 신갈분기점 인근이 정체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11일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국토부가 6월 발표하는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2021~2025년)에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사업을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사업계획안 작성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것으로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사업은 상습 정체구간인 경부고속도로 양재IC~동탄IC 구간 약 30km에 추가로 지하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을 말한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사업은 2011년 국토부 도로정비기본계획에서 언급된 적이 있지만 이후 실제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후 10여 년 동안 경부고속도로 수도권 정체는 더욱 심해진 반면 주변개발로 토지 수용을 통한 고속도로 확대는 어려워지자 정부가 지하화사업을 다시 추진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사업은 지하 40m 이상의 깊이인 대심도(토지이용에 지장이 없는 깊이)에 터널을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경부고속도로를 공사기간에도 정상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대심도에서 공사를 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대심도에서 이뤄지는 터널공사는 난도가 높고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사업의 사업비가 2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1개 노선 사업비가 평균 5조 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사업 사업비가 GTX-A, B, C, D 전체 4개 노선 사업비와 맞먹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사업을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추진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정부는 최근 대형 공공인프라사업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민간투자사업에 들어가는 총투자비는 45조7천억 원으로 최근 6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민간투자방식으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사업이 진행된다면 사업을 주도할 수 있는 건설사는 매우 한정적일 것으로 파악된다.
공사 난도가 높은 데다 사업비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재무적 역량까지 갖춰야만 사업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사업을 주관할 수 있는 건설사는 사실상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정도 밖에 없다는 시선도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도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사업은 국내 토목공사 가운데 손꼽히는 대형사업이 될 것”이라며 “든든한 재무적투자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시공능력평가 5위권 수준의 건설사가 아니라면 사업을 주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공인프라사업에서 컨소시엄 주관사는 25% 이상, 지분율 상위 3개사는 합계 50%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를 고려하면 20조 원 규모의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사업을 주관한 건설사가 얻을 수 있는 공사매출은 5조 원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대형건설사로서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사업 공모입찰이 진행된다면 수주를 위해 전력투구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비용, 안전문제 등을 고려하면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사업이 현실화하기 쉽지 않다는 시선도 나온다.
건설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사업 규모를 고려하면 경제성 측면에서 예비타당성조사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국내에 지하고속도로가 없어 사고 등 안전사고 대책이 미흡할 수 있다는 점도 정부가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