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이 실적 부진을 털기 위해 주택사업 경험이 풍부한 인물을 중심으로 회사를 다시 꾸렸다.
호반건설은 2019년 시공능력평가 10위에 오른 뒤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8년부터 추진한 상장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호반건설을 현재의 위상으로 끌어올렸던 택지 확보를 통한 자체사업 추진에 어떤 어려움이 생겼는지 등을 짚어본다.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안정문 기자
곽보현(이하 곽) : 인물중심, 기업분석! CEO톡톡! 안녕하십니까. 곽보현입니다.
호반건설을 시공능력평가 10위권, 재계순위 37위로 끌어올린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곽 : 호반건설은 빠르게 성장해 시공능력평가 10위 건설사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최근 2년 동안은 실적부진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상열 회장이 호반건설 실적 부진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2020년 실적 급감, 시공능력평가 2년 연속 하락하나
안정문(이하 안) : 안녕하세요.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입니다.
곽 :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경제부문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호반건설도 2020년 실적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는데 작년 실적은 어느 정도인가요?
안 : 2020년 매출 9685억 원, 영업이익 107억 원으로 2019년 2조4837억, 영업이익 4218억 원과 비교하면 실적이 크게 줄었습니다.
2019년 시공능력평가 10위에 오른 이후 2년 연속 순위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곽 :
김상열 회장은 지난해 말 호반건설 대표이사와 그룹의 총괄회장을 바꿨는데요.
이 인사도 실적 회복을 위한 것일 수 있겠군요. 두 사람은 어떤 이력을 지니고 있나요?
안 : 박철희 호반건설 사장은 2020년 1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가 2020년 12월 다시 대표 자리에 올랐습니다.
박 사장은 1999년 호반건설에 입사했는데요.
이후 사업총괄을 맡아 택지, 공모사업, 도시정비사업, 복합개발 등 다양한 주택사업 분야에서 대규모 수주를 이끌며 호반그룹 성장에 기여했습니다.
2020년 들어 신반포15차 재건축공사 수주전을 지휘하기도 했습니다.
곽 : 김선규 총괄회장이 선임된 것도 호반건설이 주택사업을 강화할 것이란 시선에 힘을 보탠다고 볼 수 있겠네요.
김 총괄회장은 1977년부터 현대건설에서만 30년 넘게 일하며 홍콩지사장,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관리본부 본부장, 영업본부 본부장(부사장)을 역임했죠?
안 : 네. 2009년 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도시개발 대표로 자리를 옮겨 도시개발사업을 이끌기도 했죠.
2012~2015년 주택도시보증공사 전신인 대한주택보증 사장을 맡아 주택건설뿐 아니라 주택분양, 주택금융 등 주택사업 모든 분야를 깊이 알고 있다고 평가됩니다.
곽 : 호반그룹이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실적을 개선할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하면 김선규 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서 적합한 인물이겠군요.
호반건설은 2018년부터 상장을 추진해왔는데요.
이번에
김상열 회장이 주택사업에 경험이 많은 인물들로 호반건설의 대표이사와 그룹의 총괄회장을 교체한 것은 주택사업 위주로 실적을 회복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판단도 깔려있는 것으로 봐야 되겠네요.
그렇다면 호반건설 상장, 진행 현황은 어떻게 되나요?
◆ 2018년 추진했던 상장 계속 미뤄져, 실적 회복 절실
안 : 호반건설은 2018년 상장하려던 것이 계속 미뤄지면서 지금까지 상장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애초 2019년에 기업공개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당시 합병 전 호반의 실적이 반영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해 제대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한 차례 절차를 미뤘습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공개를 2022년까지 미루게 됐습니다.
곽 : 올해 만약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은 기약없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겠네요.
안 : 네. 그래서 호반건설은 그 점을 의식한 듯 규모가 작아 기존에는 진출하지 않았던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을 비롯해 주택부문에서 실적을 확대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곽 : 그렇군요. 호반건설은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주택 위주의 사업구조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호남 기반의 호반건설이 전국구 건설사로 확실하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주택시장에서 상징성이 큰 강남권 시장에 주택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중요해 보이는데 어떤가요?
안 : 맞습니다. 호반건설이 대형건설사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호반베르디움과 호반써밋 브랜드가 상징성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호반건설은 그동안 대기업 건설사의 인지도와 아파트 브랜드파워에 밀려 좀처럼 서울 강남권에서 사업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강남에 위치한 아파트 재건축사업은 몇몇 대형건설사들이 수주를 사실상 과점하다시피 했죠.
곽 : 지금까지 호반건설이 서울 강남지역에서 분양한 아파트가 있나요?
안 : 2015년 송파 호반베르디움 더퍼스트가 있고 위례신도시에서 송파구에 속하는 단지가 2개 있습니다.
호반건설은 신반포15차아파트, 신반포7차아파트, 방배경남아파트, 방배14구역 등의 재건축·재개발사업 입찰에 참여했지만 모두 수주에 실패했습니다.
호반건설은 몇몇 대형건설사에 10%가량의 지분이라도 좋으니 강남권 재건축사업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는 말도 흘러 나옵니다.
곽 : 네. 그렇군요. 실적 부진과 관련된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죠.
호반건설이 최근 2년 동안 주춤했다고는 해도 2019년까지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건설사 아닙니까?
이렇게 급성장세를 보인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 공공택지 쓸어담으면서 승승장구, 그러나 벌떼입찰 논란은 남아 있어
안 :
김상열 회장은 계열사를 동원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다수의 택지지구를 사들여 시행과 시공을 함께 하는 자체사업을 펼쳤습니다.
자체사업은 개발이익까지 챙길 수 있어 수익성이 좋다는 점이 호반건설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주요 배경으로 꼽힙니다.
곽 : 호반건설은 1997년 IMF 금융위기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기침체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졌을 때 광주와 전남지역을 중심으로 비교적 싼 값에 택지를 대거 확보했죠.
이 부지에 아파트를 지은 뒤 주변 다른 건설사들의 아파트들보다 싼값에 분양하는 전략으로 큰 이익을 냈습니다.
이런 전략의 성공에 힘입어 호반건설은 2019년 시공능력평가 10위까지 올랐죠.
하지만 앞으로는 이전처럼 많은 택지를 확보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는데 이 상황을 설명해주시죠?
안 : 4월22일 경기도는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3기 신도시 택지분양 벌떼입찰 단속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벌떼입찰은 페이퍼컴퍼니 등 가짜회사를 동원해 택지를 낙찰받는 행위를 뜻하는데요.
벌떼입찰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회사로는 호반건설과 중흥건설, 우미건설 등이 꼽힙니다.
세 회사는 2019년 7월부터 2021년 3월 말까지 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한 83개 공공택지 가운데 30개를 낙찰받았습니다.
곽 : 국토부는 따로 택지입찰 방식을 개선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고 하죠?
안 : 네, 3월21일 국토부는 공공택지공급제도를 추첨에서 평가방식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앞으로는 토지의 용도, 공급대상자, 토지 가격의 안정성 등을 고려하여 ‘추첨’, ‘경쟁입찰’, ‘수의계약’의 다양한 공급방법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곽 : 벌떼입찰과 관련된 문제 제기는 국회에서도 있었다고 하는데 어떤가요?
안 : 네, 2019년 10월 국정감사에서 토지주택공사가 추첨방식으로 공급하는 공동주택용지를 호반건설을 비롯한 5개 중견건설사가 비정상적으로 싹쓸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송언석 의원이 공개한 토지주택공사 자료에 따르면 2008∼2018년 분양된 473개 공동주택 용지 가운데 30%를 호반건설·중흥건설·우미건설·반도건설·제일풍경채가 차지했습니다.
곽 : 5개 건설사가 이 기간에 받은 공동주택 용지의 총가격은 10조5666억 원으로 이후 이 땅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해 거둔 영업이익은 6조2813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건설사가 여러 곳의 페이퍼컴퍼니를 추첨에 참여시키는 편법을 사용해 이런 '편중'을 가능하게 했다고 송언석 의원은 주장하고 있죠?
안 : 네, 호반건설은 이 기간 토지주택공사가 분양한 택지 가운데 44개(9.3%)를 낙찰받았습니다.
낙찰 용지의 총면적은 1.86㎢로 서울월드컵경기장(7140㎡) 260개에 맞먹는 규모입니다.
곽 : 네. 잘 알겠습니다.
호반건설이 앞으로 택지를 확보하는 일은 아마 이전보다 더 어려움에 놓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즉 실적을 회복해서 상장을 추진해야 하려면 예전 방식으로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과연
김상열 회장이 이런 위기 상황을 어떻게 뚫고 나갈지 저희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김상열 회장과 두 아들의 이야기를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CEO톡톡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여러분 끝까지 시청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