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민주당에 따르면 송 대표는 취임 뒤 부동산문제 해결을 강조하며 연일 부동산정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도 부동산시장 현황을 관계부처로부터 전해 듣는 등 부동산문제에 관한 실태 파악에 나섰다. 원래 이날 경남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일정이 예정돼 있었지만 부동산 등 민생현안을 먼저 챙긴다는 이유로 미뤘다.
당내 부동산특별위원회도 개편했다.
기존 특위 위원장이었던 진선미 의원도 교체된다. 아직 후임 위원장은 결정되지 않았다.
특위에 부동산 전문가를 보강하는 등 송 대표의 부동산정책을 뒷받침할 '친정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부동산특위 재편을 두고 “새 지도부가 출범했으니 특위를 보강해 구성해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며 “전문가가 포함돼 부동산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현지도부가 책임질 수 있는 정책 대안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당대표후보로 선거운동을 할 때부터 파격적이고 차별화한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그는 지난달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최초 자기 집을 마련하는 무주택자에게 LTV와 DTI를 90%로 확 풀어 집을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당대회에서 승부를 겨뤘던 다른 당대표후보들과 비교해 송 대표가 가장 파격적 부동산정책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여당의 부동산정책에 관한 부정적 평가가 4‧7재보궐선거 참패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성난 부동산 민심을 수습하지 못하면 내년 재집권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정책 성공은 대통령선거를 책임져야 하는 송 대표 개인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 때문에 송 대표가 LTV나 DTI 규제뿐 아니라 기존 정부‧여당의 부동산정책 기조와 다른 파격적 대안들을 추가로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부동산세제를 완화하거나 실수요자에 한해 1가구 2주택자의 규제도 완화해 주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송 대표는 부동산정책을 포함해 여당이 정책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앞서 송 대표는 3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보다 민주당이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송 대표가 추진하는 민주당 중심의 부동산정책기조 수정을 놓고 당정 사이 불협화음을 우려하는 시선이 민주당 내부에 적지 않다.
정부도 LTV와 DTI 기준 상향(완화)를 비롯해 부동산정책을 일부 수정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지만 송 대표가 제시했던 LTV, DTI 90% 상향과 같은 파격적 제안에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한정해 LTV를 90%까지 올리는 방안을 놓고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지금은 부동산시장이 전환기에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어디서 접점을 찾을지 고민”이라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노 후보자는 “국토부로서는 시장 안정이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그 범위 안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당내에서도 부동산정책기조에 관한 이견의 간극을 좁히기 쉽지 않아 보인다.
당쇄신에 방점을 찍었던 송 대표의 당대표 취임을 놓고 민심과 당심이 당의 변화를 주문했다는 해석도 있지만 오히려 ‘친문재인’ 주류의 건재가 확인됐다는 시선도 나온다.
송 대표가 친문으로 평가되는 홍영표 의원에게 매우 근소한 표차이로 겨우 승리한 데다 최고위원 구성을 보면 친문 구성이 더 강화됐기 때문이다.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 혹은 5명 전부를 친문으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특히 강성 친문으로 꼽히는 김용민 의원이 가장 높은 득표로 최고위원에 올랐다.
당장 일부 최고위원들은 부동산세제 개편과 관련해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3일 새 지도부의 첫 최고위 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 완화 논의를 두고 “종부세 완화는 잘못된 처방”이라며 “시장에 그릇된 신호를 보내 부동산 폭등이 재발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송 대표체제가 이전 이해찬, 이낙연 지도부와 비교하면 당내 지지도 적은 것은 사실이라 당정 불협화음이나 당내 갈등을 우려하는 시선도 없지는 않다”며 “다만 송 대표가 정치적으로 노련한 인물인 만큼 ‘원팀’ 기조를 이어가며 잘 추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