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상선 유동성 위기를 넘기 위해 사재를 내놓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현 회장의 사재출연 계획과 현대증권 매각 재추진 등을 담은 최종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1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제출한 자구안에 현정은 회장의 사재출연, 현대증권 공개 매각, 벌크전용선사업부 매각, 유상증자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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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유앤아이, 현대글로벌 등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돈을 빌린 뒤 현대상선 부채를 상환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유 중인 지분 가치가 크지 않아 사재출연 규모는 200억 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은 2015년 3분기 기준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8.7%(213만 주), 현대유엔아이 지분 55.13%(650만주) 등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상선의 부채 규모가 6조 원에 이르는 만큼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결정적 역할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채권단에 오너 일가가 책임을 함께 지겠다는 뜻을 보여줘 채권단의 추가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단은 그동안 현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사재를 출연하는 등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야 채권단도 지원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
현대상선과 채권단은 자구안을 바탕으로 이번주부터 본격 협상에 나선다.
협상이 타결되면 채권단은 출자전환과 차입금에 대한 만기 연장 등 지원에 나서게 된다.
특히 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등이 지난해 말까지 운용된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해 2013년부터 지원한 1조3천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채권단이 출자전환해 줄 지가 핵심이다.
회사채가 출자전환될 경우 현대상선은 연 15%에 이르는 이자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자본확충과 부채비율 하락이라는 효과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현대상선은 또 채권단의 동의를 거쳐 현대증권을 즉시 공개 매각하기로 했다.
공개 매각을 결정한 이유는 지난해 일본계 사모펀드 오릭스에게 현대증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실제 매각이 아닌 일시적으로 지분을 맡긴 뒤 현대그룹이 다시 사오는 조건의 ‘파킹딜’ 의혹까지 불거졌던 만큼 이번에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증권 매각은 지난해 10월 파킹딜 의혹이 불거지면서 결국 불발됐다.
외국 선주들과 용선료 할인 협상 등도 이번 자구안에 담겼다.
현대상선은 외국인 자문관을 고용해 용선료를 깎아달라며 선주들을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싼 용선료는 현대상선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에만 용선료로 2조 원 넘는 돈을 지출했다.
이번 자구안에 부산신항만 터미널 등 자산 매각에 대한 계획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이에 앞서 보유하고 있던 현대아산 지분 전량을 현대엘리베이터에 374억 원에 매각했다. 또 보유 중이던 현대증권 주식을 신탁담보로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327억 원을 단기 차입해 총 700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현대그룹은 2013년 말 3조3천억 원대의 자구안을 발표한 뒤 실행에 옮겼으나 현대증권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현대상선과 채권단은 자구안에 담긴 계획 가운데 세부내용을 조율한 뒤 이번주 안에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