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김 회장 일가가 보유한 동부그룹 금융계열사 지분과 담보대출 내용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속도가 지지부진하자 이를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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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금감원은 김 회장과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이 동부화재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은행에 대해 긴급 현장조사를 실시했다고 2일 밝혔다. 해당 은행은 우리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등이다. 금감원의 조사목적은 두 사람이 추가로 담보를 낼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김 회장 일가의 담보여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려고 했다”며 “지분을 통한 추가 대출여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10일 김 회장을 만나 구조조정 이행을 요구한 뒤 이뤄졌다. 당시 최 원장은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신뢰가 하락해 금융계열사만 지배하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KBD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동부제철에 약 1260억 원을 지원하며 김남호 부장의 지분을 담보로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동부그룹은 이에 반대하며 김 회장의 동부화재 지분과 한남동 자택을 대신 제시했다.
김남호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은 지난 3월 기준으로 13.29%다. 김 회장은 동부화재 지분 6.93%를 보유하고 있다. 금감원은 동부화재 주식 가격이 올라가면서 김 회장 일가가 지닌 주식 담보가치가 높아져 추가 여력이 생겼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주식 담보대출 자금이 쓰인 곳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먼저 동부그룹의 비금융 계열사에 흘러든 자금을 추적할 방침이다. 이를 발견할 경우 해당자금이 김 회장의 동부그룹 지분확보에 사용됐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동부제철 ‘묶어팔기’ 매각이 늦어진 것도 이번 조사의 원인이라고 본다. 현재 채권단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당진발전소 등을 묶어 포스코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철강시장 불황으로 어려워진 포스코 사정을 고려해 패키지 가격을 1조 원 아래로 낮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9천억 원 이하 가격일 경우 산은이 재무적인수자(FI)로 참여해 포스코를 도울 수도 있다.
반면 동부그룹은 2조7천억 원 규모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면서 패키지 매각으로 1조5천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양측의 의견 차이로 인천공장과 당진발전소 매각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말로 실사를 마치고 인수가격 협상에 들어가면서 “포스코의 재무건전성이 우선”이라는 태도를 보이며 가격을 낮추려고 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 일가의 아킬레스건은 동부화재 경영권”이라며 “금융당국이 구조조정을 서두르기 위해 경영권에 대한 위협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