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화건설과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라크 ‘주택 100만 가구 건설 프로젝트’에 한화건설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며 김승연 회장의 경영복귀와 맞물려 수주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에 따르면 지난해 무스타파 알 카디미 총리가 새로 취임하면서 전후 재건사업 가운데 하나로 추진했던 '주택 100만 가구 건설 프로젝트'를 재개한다.
이라크의 ‘주택 100만 가구 건설 프로젝트’는 주요 지역에 12개 신도시를 건설하는 계획으로 한화건설이 2012년 이라크에서 수주했던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이 이 프로젝트의 1호 사업이었다. 비스마야 신도시 주택공사는 국내 건설사 가운데 단일 입찰한 해외공사로 가장 큰 규모다.
바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km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10만 세대의 주택을 건설하는 총사업비 101억 달러(11조34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당시 김 회장은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를 추진하며 이라크 정부와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 한화건설은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를 시작으로 2015년 사회시설기반공사까지 수주하며 이라크에서 입지를 쌓아왔다.
김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며 적을 두는 3개 계열사 가운데 하나로 한화건설을 꼽아 앞으로 해외 대형 프로젝트의 수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이라크 신도시 건설사업은 김 회장이 직접 나서 2년 넘게 준비했던 사업이다.
김 회장은 이라크전쟁이 끝나기 2년 전인 2009년부터 “종전 이후 대규모 전후 복구사업이 잇따를 것”이라며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에게 해외부문을 전담해 철저히 준비할 것을 당부했다고 전해진다.
비스마야 신도시 주택공사의 첫삽을 뜬 이후로도 김 회장의 역할이 컸다. 김 회장은 ‘제2의 중동붐’을 일으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며 100여 명의 이라크 태스크포스팀(TFT)를 운영하고 수차례 이라크 현지를 방문하며 이라크 신도시 건설공사를 지원했다.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여 이라크 현지상황이 계속 좋아질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한화건설이 비스마야 공사에서 받지 못한 미수금 규모는 2020년 말 기준으로 5949억 원으로 2019년 말 기준 6413억 원보다는 소폭 줄었다. 2월에는 이라크 국무회의에서 비스마야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에 관한 1억 달러 규모의 공사대금 지급이 결정되기도 했다.
공사현장이 멈춘 적이 없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비스마야 신도시 현장에는 약 700명의 필수 유지인력이 남아있으며 공사 진행율도 소폭이지만 오르고 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여의도 크기의 베이스캠프에는 한국인, 현지인, 제3국가의 건설인력이 외부와 접촉없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해소되면 속도감있게 공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여건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신도시사업은 이라크 정부가 최우선 순위로 두는 국가사업으로 코로나19 영향이 줄어들면 가장 빠르게 속도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이라크 정부는 지난해 초부터 국제유가 하락으로 국가 재정 운용에 어려움을 겪어 왔지만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수출에 따른 재정확충이 가능해 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화건설은 이라크 현지 이해도가 가장 높은 건설사다”며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난다면 이라크 정부에서도 프로젝트의 세부사항이 나올 것이고 한화건설이 수주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라크 사업 확장은 3남 김동선 한화에너지 상무보에게 건설부문의 힘을 실어주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
김 회장은 2012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 본계약을 체결할 때 3남 김동선 상무보를 데리고 이라크로 직접 날아가기도 했다.
김동선 상무보는 앞으로 한화그룹의 승계 과정에서 에너지와 호텔·건설 사업 등을 맡을 것이 유력한데 김 회장이 이라크의 대형 해외사업 수주를 돕는다면 건설부문 승계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화건설이 이라크 상황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이라크 신도시 공사의 지연에 따른 손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김 회장이 수주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주 당시에 프로젝트 공사기간은 주택도급사업이 7년, 사회 인프라 구축이 5년으로 설정됐으나 이라크 내전(IS사태)과 코로나19로 공기 완료시점은 두 프로젝트 모두 2027년으로 밀렸다.
한화건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비스마야 공사 준공시점이 예정된 2017년에서 1년씩 지연될 때마다 추가적으로 원가가 발생해 당기손익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190억 원에 이른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화건설은 국내 사업장의 수주 증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영향에 따른 이라크 등 해외부문의 공사차질로 2020년 1분기와 비교해 2021년 1분기 실적은 다소 부진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