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닉 시뇨라 대표이사 사장이 르노삼성차 노조와 생산체계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에서 기존의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까?
노조가 총파업으로 쟁의행위를 확대하고 있는 데다 XM3의 유럽 수출물량 확보도 시급해진 만큼 시뇨라 사장으로서는 협상에서 노조를 설득하기 위한 유화책을 펼 가능성이 제기된다.
21일 르노삼성차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22일 열릴 임단협 협상과 관련해 회사의 교섭 태도에 따라 노조가 파업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매주 목요일마다 2020년 임단협 협상을 위해 만났지만 22일 일정은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 교섭을 타결하지 못하면서 3월 중순부터 확대간부 49명의 지명파업을 시작으로 4월16일 조립공장에서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그 뒤 4월21일 생산공장에서 8시간 총파업으로 노조는 파업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조 관계자는 “아직까지 추가 파업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회사의 태도에 따라 추가 파업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XM3(뉴아르카나)가 인기를 끌면서 생산을 확대해야하는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 수위를 더욱 높일 가능성이 있어 유럽 수출물량을 맞추는 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시뇨라 사장으로서는 다급한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4월15일 열렸던 고용안정위원회에서 르노삼성차는 노조에 생산체계를 기존 1교대에서 2교대로 다시 전환하고 순환휴직자를 복귀하자고 제안한 것도 유럽 수출문제 때문으로 풀이된다.
XM3은 모두 부산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사 차원에서도 노조를 대하는 태도를 바꿀 수도 있다.
르노그룹 본사에서 줄곧 르노삼성차 부산 공장과 경쟁력 등을 비교해왔던 르노그룹 스페인 공장이 코로나19로 현재 정상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부산 공장은 국내 완성차회사 5곳 가운데 유일하게 차량용 반도체 수급문제를 겪고 있지 않는데 르노그룹에서 정상적으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곳이 부산 공장뿐이라 관련 부품을 몰아주고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특히 6월부터 계획된 유럽 전용 XM3 하이브리드모델 판매를 위해서는 이달부터 생산을 시작해야한다.
주로 자동차 수출은 배로 이뤄지는데 한국에서 유럽까지 배송기간이 두 달가량 걸리기 때문이다.
시뇨라 사장으로서는 생산 확대를 위해서라도 노조를 달래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그동안 르노삼성차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2020년 임단협과 관련해 제시안을 내지 않고 사내 고용안정위원회에서도 일방적으로 1교대 전환과 순환 휴직을 추진하는 등 강경한 태도로 노조와 평행선을 달렸다.
시뇨라 사장도 그동안 2020년 임단협에서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는데 노조를 설득하기 위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2020년 임단협 협상을 2021년 1월부터 재개했지만 4월까지도 회사의 제시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임단협은 노조의 요구안과 회사의 제시안이 나온 뒤에 노사가 협상을 통해 조건을 맞춰가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제시안 단계부터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르노삼성차 노사는 2020년 임단협과 고용안정위원회 생산체계 안건의 처리순서를 놓고도 갈등을 빚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임단협과 고용안정위원회를 각각 협상하자고 하는 반면 회사는 고용안정위원회 생산체계안건을 우선 처리한 뒤 임단협 협상을 시작하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임단협 제시안 문제를 놓고 회사와 노조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고용안정위원회를 통해 2교대 생산체제로 전환해 안정적 생산체제를 확보한 이후 임단협 협상을 하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회사는 노조가 정비사업소 10곳의 운영을 유지하지 않으면 제시안을 받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어 임단협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지금은 유럽 수출물량 확보와 확대가 르노삼성의 생존과 임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며 “회사는 고용안정에 필수적 요소인 XM3 수출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