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수 NH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이 정책보험인 농작물재해보험의 손해율 관리에 고심이 크게 됐다.
농민들의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이 늘면서 전체 매출에서 농작물재해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손해율이 높아 수익에 부담을 주고 있다.
20일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등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이 증가하는 것과 더불어 농작물재해보험 손해율이 100%를 크게 웃돌아 농작물재해보험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농작물재해보험은 자연재해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보상해 농업인의 경영불안 해소 및 소득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보험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보험료 일부를 지원한다. NH농협손해보험이 독점 운영하고 있으며 판매채널도 지역 농·축협에 한정돼 있다.
농지면적 기준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은 2018년 33.1%, 2019년 38.9%, 2020년 45.2% 등이다. 손해율은 2018년 111.4%, 2019년 186.2%, 2020년 149.7% 등으로 집계됐다.
정부정책에 따라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이 늘어나는 데 비해 봄철 냉해를 비롯해 집중호우, 긴 장마, 태풍 등 자연재해가 늘면서 손해율은 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들어서도 겨울철 한파와 봄철 꽃샘추위 등으로 농작물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창수 사장의 고심도 클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손해보험이 농작물재해보험을 전담하고 있는 만큼 높은 손해율에 따른 손실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농작물재해보험의 순보험료(운영비 등 사업비를 제외한 보험금 지급의 재원이 되는 보험료)는 7222억 원인데 비해 지급한 보험금은 1조158억 원에 이른다. 농작물재해보험에서 3천억 원가량의 손실이 난 셈이다.
NH농협손해보험이 모든 손실을 다 떠안을 수는 없는 만큼 정부와 삼성화재 등 다른 보험사, 재보험사들이 각각 재보험을 통해 위험을 나누기는 하지만 지난해 NH농협손해보험이 농작물재해보험에서 본 손실은 300억 원에 이른다.
NH농협손해보험이 지난해 거둔 순이익이 463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손실 300억 원은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NH농협금융지주는 은행 중심의 이자수익 구조를 바꾸기 위해 보험과 증권 등 비은행 분야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 사장으로서는 NH농협손해보험의 농작물재해보험 관련 손실이 줄어야 실적개선을 이룰 수 있다.
지난해 NH농협금융지주 다른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 규모는 NH투자증권 5770억 원, NH농협생명 612억 원, NH농협캐피탈 584억 원 등이다.
재보험을 통해 손실을 줄였다고는 하지만 자연재해 빈도가 늘어나면서 다른 보험사 및 재보험사들이 농작물재해보험의 재보험 계약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점은 위험요소로 남아있다.
재보험사들을 달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료를 결정하는 비율)을 인상해야 하지만 농민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면서 국가예산 안에서 보험금을 감당해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재보험 갱신이 이뤄지지 않게 되면 NH농협손해보험과 정부가 모든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NH농협손해보험의 전체 매출에서 농작물재해보험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어 적자폭이 커질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 NH농협손해보험이 농작물재해보험에서 거둔 원수보험료는 8695억 원으로 전체 원수보험료 3조7천231억 원 가운데 23.3%에 이른다. 5년 전인 2016년과 비교하면 농작물재해보험의 원수보험료는 2배 이상 늘고 비중도 10%포인트가량 늘었다.
NH농협손해보험 관계자는 “농작물재해보험은 주관부처인 농식품부에서 관리를 하고 있어 NH농협손해보험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며 “농식품부에서 농업계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농작물재해보험의 손해율 관리를 위해선 요율 적용을 세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 사장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재 법에 따라 시군단위로 요율을 적용하고 있지만 농식품부와 논의를 통해 앞으로 더 세분화하겠다”며 "읍면동 단위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농가단위로 요율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2022년부터 농작물재해보험 보험료 산정기준을 현행 시군에서 읍면으로 세분화하고 보험료 할증률을 최대 30%에서 50%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냉해 저감시설을 설치한 농가에는 보험료 할인폭을 확대한다.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을 때 농민이 부담하는 자기부담비율에 따라 보험료 국고지원액도 조정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