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tube) 생산설비 증설에 공격적으로 나서며 탄소나노튜브시장 성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탄소나노튜브 등 고부가 소재제품을 통해 자회사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의 전지사업 이외의 새 성장동력 발굴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LG화학에 따르면 탄소나노튜브 2공장 상업가동에 이어 곧바로 올해 안에 바로 3공장 건설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공격적 증설로 세계 탄소나노튜브시장에서 선도적 기업의 위상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올해 탄소나노튜브 3공장 건설에 착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3공장의 구체적 생산능력 규모는 추후에 발표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LG화학은 14일 단일 생산설비 기준으로 세계 최대규모인 연 1200톤 규모의 여수 탄소나노튜브 2공장의 공사를 마치고 상업가동을 시작했다. 이에 LG화학의 탄소나노튜브 생산능력은 연 1700톤 규모로 확대됐다.
석유화학업계에선 LG화학이 3공장의 추가 증설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탄소나노튜브 생산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신학철 부회장은 올해 LG화학의 미래 성장동력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중심에 탄소나노튜브와 같은 전지소재를 둘 것으로 보인다.
신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1년을 '성장의 해(The Year of Growth)'로 선포하고자 한다"며 "다양한 전지재료사업 분야의 역량과 자원을 하나로 결집해 빠르게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부회장이 탄소나노튜브를 미래의 새 먹거리 가운데 하나로 점찍은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탄소나노튜브는 전기차배터리에 사용되는 양극재의 도전재(전기 및 전자의 흐름을 돕는 소재)로 배터리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탄소나노튜브는 전기와 열의 전도율이 구리와 동일하면서 강도는 철의 100배에 이르는 신소재다. 탄소나노튜브 도전재는 기존 카본블랙 도전재보다 전도율이 10% 이상 높다.
이런 특성으로 탄소나노튜브를 배터리 양극재의 도전재로 사용하면 기존 카본블랙 도전재보다 도전재 사용량을 30% 줄일 수 있고 그 만큼 양극재를 더 채울 수 있기 때문에 배터리의 용량과 수명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탄소나노튜브는 양극재뿐 아니라 기존의 흑연 음극재를 대체하는 실리콘 음극재에도 쓰인다.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 음극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리튬을 10배가량 더 저장할 수 있어 배터리 성능을 개선하는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탄소나노튜브 도전재는 양극재 개선을 위한 목적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음극재 적용까지 확대될 것이다"며 "탄소나노튜브 도전재 시장은 지난해 87억 원 수준에서 2025년 2조4천억 원 규모까지 급격히 성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전기차 전지소재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 탄소나노튜브 2공장 증설, 가동은 이런 전략의 본격적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2025년까지 배터리 양극재와 양극재의 도전재를 포함한 배터리소재사업을 통해 매출 4조 원가량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LG화학은 장기적으로 탄소나노튜브 적용을 전기차배터리소재 이외에도 반도체 공정에서 패키지를 보호하는 트레이, 자동차 정전도장 외장재, 고압 케이블 피복의 반도전층, 건축용 고강도 콘크리트 등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도 세웠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현재 전기차배터리소재를 넘어 탄소나노튜브 활용 분야가 커지면서 세계 탄소나노튜브 수요가 2020년 5천 톤 규모에서 2024년 2만 톤 규모로 매년 40%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화학은 2011년 탄소나노튜브의 독자적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착수한 뒤 280여 건의 탄소나노튜브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 기술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전지사업(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기존 사업 분야에서 확실한 성장동력을 갖추기 위한 준비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0조765억 원 가운데 41.1%인 12조3635억 원을 차지하고 있는 전지사업을 제외하고도 2025년까지 매출 3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LG화학은 친환경 바이오 제품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고부가 제품에 재생 가능한 바이오 원료를 사용한 친환경 합성수지 생산도 앞두고 있다.
LG화학은 6월부터 여수와 익산 공장에서 세계 최대 바이오디젤기업인 핀란드 네스테의 바이오원료를 활용한 고흡수성수지(SAP), 폴리올레핀(PO), 고부가합성수지(ABS) 등 친환경 제품의 첫 생산을 시작한다.
기존에 생산하던 고부가소재 생산을 확대해 성장토대를 다지는 일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은 여수공장에 나프타 분해설비(NCC)와 고부가 폴리올레핀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있다. LG화학은 여수공장 증설 결정 당시 "이번 투자로 고부가 제품 중심의 사업구조 고도화라는 목표 달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이 증설로 에틸렌과 고부가 폴리에틸렌 생산량을 각각 80만 톤씩 늘려 매년 3조 원가량의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LG화학은 석유화학과 전지사업의 동반성장이 지속할 것이다"며 "석유화학사업에서 고부가소재제품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