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기반 플랫폼이 급성장하고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일상화되며 중장기적으로 금융상품 개발 및 공급과 판매주체가 달라지는 제판분리 흐름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금융상품 판매시장에서 신한금융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계열사 통합 금융 플랫폼 개발을 주도하며 개방형 판매채널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15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조용병 회장 직속의 플랫폼 연구조직을 통해 그룹 차원의 새 디지털플랫폼 개발과 관련한 논의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약 30명 규모 전담조직을 설립한 뒤 기존 신한금융 계열사 모바일앱과 차별화되는 새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두고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금융 계열사 관계자에 따르면 조 회장은 모든 신한금융 계열사가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사업을 연계하는 단일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소비자가 이 플랫폼에서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생명과 신한금융투자 등 여러 계열사 상품은 물론 다른 금융회사의 상품까지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 구축도 검토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금융회사가 핀테크와 IT기업 등에 맞서 플랫폼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신한금융 상품만 판매하는 폐쇄적 방식으로 경쟁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토스나 보맵과 같은 핀테크 기반 플랫폼은 여러 금융회사의 신용카드나 보험, 대출 등 상품을 비교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앞세워 이용자를 빠르게 끌어모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금융상품을 모바일앱 등 플랫폼에서 비대면으로 가입하는 소비자가 급증하며 경쟁력 있는 플랫폼을 보유한 핀테크 및 IT기업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흐름에서 결국 기존 금융회사는 상품 개발과 공급을 주로담당하고 플랫폼기업이 판매를 주도하는 제판분리가 금융시장에서 일반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이 신한금융 통합플랫폼 개발에 힘을 싣는 배경은 결국 이런 시장 변화가 이뤄질 때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강력한 플랫폼을 갖춘 기업이 금융상품 판매에 주도권을 잡는다면 상품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금융회사는 판매수수료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도 악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결국 신한금융도 여기 맞설 수 있는 확실한 경쟁력 있는 플랫폼을 확보해야만 시장에서 금융회사의 역할이 축소되는 일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의 새 통합플랫폼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 핀테크 플랫폼과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고 다른 금융회사의 금융상품을 판매한다면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신한금융의 플랫폼이 IT기술 측면에서 우위를 갖춘 플랫폼 전문기업을 뛰어넘을 만한 경쟁력을 확보할 지가 경쟁에 관건으로 꼽힌다.
조 회장이 플랫폼 개발조직을 이례적으로 CEO 직속으로 설치해 강력한 지원을 약속하고 빠른 의사결정체제를 갖추도록 한 점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삼성전자와 IBM, SKC&C 등 국내외 유수 IT기업을 거친 장현기 신한금융지주 전략기획팀 본부장이 플랫폼 개발조직을 이끄는 등 외부출신 인재 역량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디지털플랫폼 혁신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며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하는 폭넓은 개방성을 확보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계열사들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금융상품 판매채널 개방을 시도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최근 모바일앱에 도입한 방카슈랑스 판매채널은 소비자가 신한생명과 같은 계열사뿐 아니라 다른 보험사의 보험상품까지 비교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신한생명이 설립한 보험판매자회사 신한금융플러스도 법인보험대리점(GA) 형태로 설계사들이 신한생명 외에 다른 보험회사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구조로 돼있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 통합플랫폼에 금융상품뿐 아니라 다양한 비금융서비스와 콘텐츠 등을 추가해 폭넓은 개방형 플랫폼으로 키워내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 다양한 영역의 플랫폼 기술력을 갖춘 신생기업에 투자해 성장을 돕고 계열사와 협력을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신한금융은 최근 계열사 자금을 출자해 디지털 신생기업에 투자하는 3천억 원 규모 전용펀드를 결성하고 협업을 통해 플랫폼을 고도화하는 데 힘쓰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