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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택의 산업은행 '영욕의 3년'에 대한 평가는?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6-01-22 20: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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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의 산업은행 '영욕의 3년'에 대한 평가는?  
▲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

“산업은행이 적자를 낸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위험감수자(리스크테이커)와 시장선도자(마켓리더) 역할을 다했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이 내놓은 올해 신년사다. 홍 회장 3년을 놓고 스스로 한 평가나 다름없다.

홍 회장이 4월8일 임기를 마친다. 홍 회장은 3년 동안 영욕을 겪었다.

정책금융공사와 통합을 무리없이 마무리해 ‘민영화’에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항로를 잡게 만들었다. 팬오션의 주인도 찾아줬고 대우증권 매각도 성공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부실이라는 엄청난 태풍을 맞고 휘청거리기도 했다. 동부그룹과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에 난항도 겪었다.

산업은행 회장은 재벌 회장에 버금가는 자리다. 산업은행은 130개 가량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그만큼 정치권의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욕 먹거나 눈치 볼 일도 많다.

산업은행 회장은 그 자체가 영욕의 자리다.

◆ 홍기택의 3년의 공과

홍 회장이 거둔 최대 성과는 통합 산업은행 출범이다.

홍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산업은행이 2015년에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지만 모든 임직원이 하나가 돼 통합 산업은행의 화학적 결합에 성공한 것은 자랑스러운 성과”라고 자평했다.

홍 회장은 2013년 4월 취임한 직후부터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통합하는 일을 맡아야 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월 정책금융공사와 통합해 정책금융기관의 맏형으로 거듭났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67조 원 규모의 자금을 기술금융펀드나 스타트업 지원펀드 등으로 시장에 투입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했다. 홍 회장이 통합 산업은행 출범 이후 목표로 제시했던 63조 원을 웃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KDB대우증권을 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자산운용 컨소시엄에 매각해 정책금융자금으로 가용할 수 있는 현금도 확보했다. 매각가격도 2조4500억 원으로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러나 홍 회장은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교수 출신’이다 보니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3분기 동안 누적 5조3천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해 뭇매를 맞았다.

STX조선해양도 ‘돈 먹는 하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전체 4조5천억 원을 STX조선해양에 지원했지만 STX조선해양은 여전히 자본잠식 상태다. 시중은행들이 채권단에서 이탈하면서 산업은행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산업은행 실적도 악화됐다. 산업은행은 201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적자를 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기택의 산업은행 '영욕의 3년'에 대한 평가는?  
▲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오른쪽)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이었던 2013년 1월6일 당시 박근혜 당선인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 산업은행 회장이라는 자리의 영욕


산업은행 노조는 지난해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4조 원을 지원하기로 한 데 대해 “정부의 입김과 정치적 논리에 휘말린 미봉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은 산업은행 회장이 안고 있는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다.

산업은행 회장은 기업과 국가 경제에 강한 영향을 주는 자리다. 그만큼 권력의 영향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자산규모가 292조 원에 이른다. 삼성그룹의 자산 351조 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산업은행은 35조 원 규모의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업계 선두인 신한금융의 32조 원을 넘어선다.

산업은행이 1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는 지난해 6월 기준으로 128곳에 이른다. 자회사 분야도 조선, 자동차, 항공, 제철 등 다양하다.

산업은행은 금융위에서 관할하는 금융공기업이다. 정부는 산업은행의 인사권 등 각종 경영권을 쥐고 있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현행법에 따라 이익적립금으로 손실을 보전할 수 없으면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된다. 산업은행이 정책금융에 따라 시중은행보다 많은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돈줄을 잡고 있는 셈이다.

산업은행 회장이라는 자리는 낙하산 논란이 되풀이됐다.

홍기택 회장은 2013년 4월 취임한 뒤 낙하산 논란이 일어나자 “나는 낙하산이 맞다”고 인정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서강대학교 출신으로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캠프에서 일했다.

전임자인 강만수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실 경제특별보좌관을 지냈다. 강 회장의 전임자인 민유성 회장도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꼽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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