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벌이는 배터리 다툼 합의종결의 촉매제가 될수 있을까?
5일 배터리업계에서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상장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만큼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사이 배터리 다툼의 합의수단 가운데 하나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 노재석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 |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 침해문제와 관련한 합의금 규모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의견 차이가 큰 데 SK이노베이션이 합의금 격으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지분의 일부를 LG에너지솔루션에 넘겨주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인 분리막(LiBS)을 주로 생산하는 회사로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가치 상승에 관한 기대감이 큰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지분을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나눠 보유함으로써 상호협력한다면 배터리시장에서의 영향력이나 사업 시너지에서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 SK아이이테크놀로지, 전기차 분리막시장에서 독보적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의 소재사업부문이 물적분할하며 독립한 회사다. 전기차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를 차지고 있다.
세계에서 분리막을 독자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비롯해 일본 아사히카세이, 도레이 등 3곳에 불과하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지난해 프리미엄 분리막 글로벌시장에서 점유율 26.8%를 차지해 일본 아사히카세이, 도레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전기차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로 이 분리막 수요가 급증하면서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2020년 매출 4693억 원, 영업이익 1252억 원, 순이익 881억 원을 거뒀다. 분할 설립된 2019년보다 각각 78.41%, 55.44%, 38.43% 급증한 수치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분리막분야에서 선도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다지기 위해 폴란드 실롱스크와 중국 창저우에 신규공장을 짓고 있다.
한국과 중국 폴란드의 전체 공장이 가동되는 2024년에는 27억3천㎡의 분리막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고용량 전기차 1대 당 1천㎡ 의 분리막이 사용되는 점을 고려할 때 273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올해 판매목표를 이미 달성했다”며 “추가적으로 증설하고 있어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도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분리막을 채택한 배터리를 채택한 전기차에서는 화재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등 높은 기술력을 지니고 있어 프리미엄 가치 부여가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2021년 5월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공모절차에 들어갔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올해 3월31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신주 855만6천 주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SK이노베이션도 같은 날 임시 이사회를 열어 보유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지분 90% 가운데 22.7%에 해당하는 1283만4천 주를 구주 매출로 내놓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SK아이이테크놀로지 공모 주식 수는 모두 2139만 주가 된다. 이는 공모 뒤 전체 발행주식의 30%에 해당한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1주당 희망 공모가 범위는 7만8천 원부터 10만5천 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계산해보면 5조6천억 원에서 7조5천억 원에 이른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기업가치와 성장가능성으로 볼 때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사이 배터리 분쟁에서 두 회사의 합의금을 둔 의견 차이를 메우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배터리업계에서도 나온다.
◆ LG SK 배터리 분쟁, LG 유리하지만 일방적 승리 장담하기 어려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사이 벌어진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는 LG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특허침해 소송에서는 SK 측의 승소로 예비판결을 내렸다.
SK이노베이션으로선 특허침해 소송에서도 졌다면 자칫 최악의 상황에 내몰릴 위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에 희망을 걸어볼 여지가 생긴 셈이다.
국제무역위원회는 올해 2월10일 영업비밀 침해소송 최종 결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22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내 수입 금지 10년’ 및 ‘영업비밀 침해 중지 10년’ 명령을 내렸다.
▲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패소한 결정문이 나온 올해 3월 초 LG에너지솔루션과 협상을 진행했지만 성과 없이 끝났다.
SK이노베이션은 1조 원을 합의금으로 제시했으나 LG에너지솔루션은 ‘3조 원+α’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LG에너지솔루션도 마냥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국제무역위원회에서 진행 중인 특허분쟁 4건에서 SK이노베이션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예비결정을 받았다.
더구나 올해 7월 또 다른 특허분쟁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예비결정이 내려진다면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 수입금지 제한에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미국 조지아주 의회와 한국 정부도 두 회사의 원만한 합의를 요구하고 있어 SK이노베이션을 향해 마냥 강공을 펼치기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미국 조지아주 상원은 올해 3월말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협상을 통해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조지아주는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곳으로 조지아주 의회는 결의안에서 현지 배터리 공급망과 일자리 보존을 위해 두 회사가 합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보였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3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3년 넘게 배터리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점 때문에 배터리업계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종국적으로는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그리고 그 합의에 최근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지분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과 합의를 위한 협상이 진행된다면 합의금 지급방식으로 일시금, 로열티 배상, 지분 취득 등 다양한 방법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힌 적이 있어 이런 의견에 힘을 싣는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선 배터리 화재문제로 리콜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지분을 손에 넣는 것을 계기로 안정성 높은 분리막 확보에서 SK이노베이션과 협력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