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이 재연임을 확정하면서 자본 건전성을 끌어올리는 데 더욱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
1일 메리츠화재에 따르면 2023년 도입되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본확충과 손해율 개선을 통해 자본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들어 첫 후순위채권을 12일 발행한다. 모두 2천억 원 규모로 만기는 10년이다. 5일부터 수요예측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본 확충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게 된다. 원가로 평가하던 기존 방식과 달라진다.
보험사는 새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보험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모두 부채로 계산돼 자본 변동성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김용범 대표는 이런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으로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후순위채는 자기자본으로 분류된다.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자본을 확충하면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어 메리츠화재의 자본 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
지급여력비율은 모든 보험계약자가 한 번에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의 지급능력을 수치화한 것으로 자본 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보험회사는 계약자에게 보험금 지급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충분한 순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지급여력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50% 이상 유지를 권고하고 있으며 적정 비율을 달성하지 못하면 단계적으로 시정조치를 취한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말 기준 지급여력금액은 3조5951억 원, 지급여력비율은 211.5%였다.
후순위채 2천억 원 규모의 발행이 고스란히 지급여력금액 증가로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메리츠화재는 지급여력비율을 약 12%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용범 대표는 1월 신년사에서 장기보험손해율의 업계 1위 달성을 경영목표로 제시하며 자본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외형 성장을 추구하기보다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낮추는 등 내실을 다지는 경영전략을 폈다.
손해율은 거둔 보험료와 나간 보험금의 비율이다. 사업비율은 보험료 수입에서 인건비, 마케팅비용, 모집 수수료 등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손해율은 78.3%로 집계되며 사상 최저치를 보였다. 사업비율은 2017년 22.9%에서 2019년 31.1%까지 치솟았다가 2020년 26.1%로 낮아졌다.
수익성이 높은 장기인보험의 비중을 늘리고 손해율이 높은 자동차보험의 비중을 줄이는 전략이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 대표는 올해 재연임에 성공하면서 7년차 임기를 맞이하게 됐는데 지난해의 경영전략을 올해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
김용범 대표의 경영전략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결과로 증명되고 있다"며 "올해도 지금까지의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동안 메리츠화재는 공격적 영업으로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장기인보험에 집중해 매출을 확대하면서 삼성화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김 대표가 2015년 3월 취임한 뒤 메리츠화재의 원수보험료는 2016년 5조9898억 원, 2017년 6조4034억 원, 2018년 7조800억 원, 2019년 8조323억 원, 2020년 9조1512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원수보험료는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직접 받은 보험료다. 보험사의 매출 개념으로 쓰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