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웨이브 콘텐츠 제작지원을 위한 추가로 자금을 수혈한다.
SK텔레콤은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와 제휴도 어긋난 것으로 파악된다.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시장 생존을 위해 자체 콘텐츠라는 자산 마련이 더욱 절실해졌다.
26일 콘텐츠업계에서는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디즈니플러스의 한국사업 파트너 후보가 KT와 LG유플러스로 좁혀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
박정호 사장의 발언으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박 사장은 25일 SK텔레콤 주주총회 뒤 디즈니플러스와 제휴에 관련한 질문을 받고 “디즈니 쪽에서는 웨이브를 경쟁상대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KT와 LG유플러스가 모두 넷플릭스와 손을 잡을 때도 독자노선을 걸었는데 디즈니플러스까지 경쟁자로 두게 되면 자체 경쟁력 확보에 더욱 조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웨이브 추가 유상증자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25일 이사회에서 웨이브에 1천억 원의 추가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SK텔레콤은 앞서 2019년 웨이브가 출범할 때 유상증자 900억 원 규모를 집행했다.
웨이브는 이런 SK텔레콤의 지원사격을 등에 업고 2025년까지 자체 콘텐츠 제작에 1조 원의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26일 내놓았다.
기존 콘텐츠 제작부분 투자계획이 2023년까지 3천억 원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자력갱생 상황에 놓인 웨이브의 절실함이 담긴 행보로 해석될 수 있다.
웨이브는 콘텐츠 제작부분 자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투자금뿐 아니라 조직과 인력도 보강한다.
웨이브는 콘텐츠 기획, 제작, 투자를 위한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최고콘텐츠책임자(CCO)를 영입해 콘텐츠 제작을 총괄하는 수장도 세운다.
웨이브 관계자는 “콘텐츠사업을 담당할 최고콘텐츠책임자 영입은 구체적으로 진행된 상태로 콘텐츠 제작부분 조직구성을 갖춰 빠르면 다음달이라도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콘텐츠 전문 스튜디오는 웨이브 내부 조직이 아닌 별도 법인 형태로 설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 사장이 웨이브 콘텐츠 제작에 1조 원이라는 ‘통큰 베팅’을 한 것은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준비작업이기도 하다.
웨이브는 올해 하반기부터 해외진출을 시도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시장에 바로 웨이브 플랫폼으로 직접 가기는 어렵기 때문에 처음에는 자체제작 콘텐츠의 유통 등으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이미 글로벌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해외시장에 발을 들이려면 대작 콘텐츠 등을 통해 자체 콘텐츠 라인업을 탄탄하게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
SK텔레콤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웨이브를 들고 해외로 가려는 것도 결국은 생존을 위해서다. 국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시장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래도 규모가 한정돼 있다.
한국 안에서 아무리 가입자 규모를 늘려도 세계적으로 가입자 2억 명을 확보하고 있는 넷플릭스, 최근 가입자 수가 1억 명을 넘어선 디즈니플러스 등과 비교하면 결국 콘텐츠 투자여력과 성과 측면에서 경쟁을 감당해낼 수 없다.
웨이브는 한국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사업자로는 가입자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지만 그래도 월 사용자 수가 394만 명 수준이다. 넷플릭스는 최근 한국시장 월 사용자 수가 1천만 명을 넘어섰다.
넷플릿스는 한국 콘텐츠 제작에도 올해 한 해에만 5500억 원을 투자한다. 웨이브의 1조 원도 야심차지만 여전히 상대의 벽이 너무 높다.
다만 SK텔레콤은 아마존과 지분참여 약정에 따른 협력의 범위를 이커머스에서 온라인 동영상서비스로 넓힐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숨겨둔 무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아마존의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 서비스를 SK텔레콤의 멤버십 서비스, 11번가 서비스 등과 묶어 구독형 서비스로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과 아마존의 협상이 꽤 진행된 상황으로 SK텔레콤을 통한 아마존프라임비디오가 디즈니플러스보다 먼저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SK텔레콤이 아마존프라임비디오를 들여온다면 이후 웨이브 플랫폼에서도 아마존프라임비디오와 협업 등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