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기존 사외이사를 유지해 이사회 내 우군을 지킬 수 있을까?

우리금융지주가 주주총회에 기존 사외이사 대부분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리며 손 회장의 이사회 내 우호적 세력이 유지될지 시선이 모인다.
 

다만 이번 사외이사 재선임과 관련해 반대의견이 속속 나오고 있어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의결권 행사 향방이 중요해졌다.
 
25일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26일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들의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우리금융지주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을 비롯해 9명을 이사로 두고 있고 이 가운데 6명은 사외이사다.

사외이사 가운데 노성태, 박상용, 정찬용, 전지평, 장동우 등 5명은 이번에 임기가 만료되는데 우리금융지주는 26일 주주총회에 재선임안건을 올려뒀다.

기존 사외인사가 이번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되면 손 회장의 이사회 내 우호세력이 유지될 공산이 크다. 

기존 사외이사들은 2019년 1월 선임 돼 우리금융지주 출범 초기부터 손태승체제에 힘을 실어 줬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2020년 한 차례도 반대의견을 내지 않았다.

손 회장은 지난해 초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며 연임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었다. 당시 이사회는 손 회장의 이사선임안건에 찬성하며 연임에 힘을 실었다.

최근 금감원이 라임펀드 판매와 관련해서 손 회장에 '직무정지 수준'의 중징계를 사전통보했을 때도 이사회는 간담회를 열고 고객 보호, 지배구조 안정과 주주가치를 위해 손 회장이 회장을 수행하는 데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

손 회장은 앞으로 라임펀드 판매와 관련한 징계수위가 결정되는 제재심의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금융위원회 의결 과정 등을 남겨두고 있다. 기존에 우호적 태도를 보여 온 이사회 유지가 더욱 중요한 셈이다.

다만 최근 ISS,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의결권자문사들이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 연임안에 반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사외이사 연임에 부담이 커졌다. 

의결권자문사들은 손 회장이 위험관리 미흡으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음에도 사외이사들이 손 회장을 이사회에 남겨두는 등 감시의무를 소홀이 했다고 봤다.

의결권자문사는 지분을 보유한 회사 주주총회 안건에 관해 일일이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기관투자자를 위해 회사별 주총 의안을 평가에 찬반 여부를 자문하는 회사다.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우리금융지주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우리금융지주 지분 9.88%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반대 결정을 내리며 예금보험공사의 의결권 향방이 중요해졌다. 

예금보험공사는 우리금융지주 지분 17.2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는 2016년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과점주주에 매각하고 남은 공적자금 잔여분이다.

손 회장에 우호적 태도를 보이는 과점주주들의 지분은 약 29%인데 예금보험공사마저 반대 결정을 내리면 국민연금 지분과 합쳐 27%를 넘어서게 된다. 

예금보험공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찬성할 것이라고 낙관하기 쉽지 않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초 손 회장 연임안에 찬성했는데 이 결정을 놓고 10월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았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에게 “의결권자문사인 ISS가 손 회장의 연임안에 반대를 권고했고 지분 8.8%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반대표를 행사했다”며 “공공기관으로서 투자자와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예금보험공사가 손 회장을 놓고 소송을 했단 이유로 그 책임을 면책해주니까 계속 사모펀드 사기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가 이번 사외이사 연임 찬성에 손을 들어주기에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예금보험공사가 2016년 지분 매각 과정에서 우리은행이 과점주주 중심의 자율경영을 하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사외이사 재선임에 찬성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예금보험공사는 2016년 12월 동양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우리은행 과점주주에 지분 29.7%를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과점주주들에게 경영 독립성을 보장하고 행장 선임 등에 절대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우리금융지주는 내부적으로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재선임안건이 통과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 "우리금융은 국민연금의 결정을 포함한 주주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현재 대리 행사된 의결권의 집계에 따르면 이번 주총의 안건들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