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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셜록:유령신부' 스틸이미지. |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새해가 되면서 너나없이 변화와 혁신을 외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완전히 새롭기가 어렵다면 적어도 새롭게 보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이런 한 끗 차이를 만들어내는 일도 만만치 않다.
2016년 문화계에 고전 열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는 해다. 연극이나 오페라, 뮤지컬 등 셰익스피어 작품들이 이달부터 대거 무대에 오른다.
출판계에서도 고전 출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는 마침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인기와 맞물려 재번역본 출간이 줄을 잇고 있다. 대형서점 코너에는 문학동네, 열린책들, 허밍버드 등 출판사들이 펴낸 ‘어린왕자’ 코너가 별도로 마련돼 있을 정도다.
영화계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극장가에 고전에 바탕을 둔 2편의 영화가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영국 고전이다. 영화 ‘셜록:유령신부’와 ‘맥베스’가 그것이다.
고전(古典)은 말하자면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것이다.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현대적으로 변용되면서 생명력을 이어간다. 이 점이 중요하다. 고전은 ‘옛 고(古)’자가 들어간 탓에 자칫하면 먼지만 풀풀 날리는 진부한 컨텐츠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똑똑한 활용법이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개봉해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셜록:유령신부’는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
‘셜록:유령신부’는 코난 도일이 쓴 너무나 익숙한 추리의 고전 셜록 홈즈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이미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영국 BBC드라마 버전을 극장판으로 개봉했다는 사실이 사전에 공지되지 않은 데 대해 불평이 많다. 시리즈의 전작들을 보지 않고 셜록이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와 21세기 현대를 오가고 줄거리와 무관하게 셜록의 숙적 모리아티가 등장하는 것은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런 약점에도 셜록의 인기는 뜨겁다. 개봉 9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뒤 여전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홈즈 시리즈 자체가 갖는 재미도 있지만 원작을 '스마트하게' 소환해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국드라마 셜록 매니아라면 극장판이 아니어도 문제될 것이 없다. 셜록으로 변신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얼굴을 대형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홈즈 시리즈는 출간 이후 수많은 ‘셜로키언’을 양산한 콘텐츠의 전범이다. 활자로 된 추리소설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는 뜻이다. 이는 출간 당대에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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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셜록:유령신부' 포스터. |
코난 도일은 ‘주홍색 연구’를 시작으로 셜록 홈즈라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작가는 여러 편을 시리즈로 내놓았지만 정작 작가 자신은 싫증을 느꼈다. 코난 도일은 홈즈를 작품 속에서 모리아티 교수와 대결 끝에 스위스의 한 폭포 아래로 떨어지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끝내려 했다.
하지만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친 것이다. 결국 코난 도일은 다시 홈즈가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온다는 설정을 통해 속편을 이어갔다.
셜록 홈즈가 말 그대로 ‘불멸’ ‘불사’의 캐릭터가 된 것은 작가가 사망한 뒤에도 이어졌다. 작품 속에 홈즈의 집으로 등장하는 영국 런던의 베이커가 221B 번지에는 10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홈즈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셜록:유령신부, 혹은 영국드라마 시리즈 셜록도 알고 보면 이런 현상과 무관치 않다. 셜록은 활자텍스트의 바깥으로 나왔다가 영상물로 다시 부활했다. 물론 이전에도 셜록 홈즈는 영화적 텍스트로 각광받아온 캐릭터였다.
하지만 21세기판은 다르다. 21세기의 시공간 속으로 재소환한 것이다. 상영 중인 작품에서 셜록은 초반에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인물로 특유의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사건을 멋들어지게 해결한다. 후반에 이르면 셜록이 현대를 배경으로 등장한다. 그 매개고리는 셜록의 꿈인지, 환각인지 분명치 않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셜록이 19세기에도, 21세기에도 살고 있다는 전제다. 텍스트의 안팎을, 시공을 초월하는 캐릭터로서 이보다 완벽한 설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영화(혹은 드라마)의 이해 여부나 작품성을 떠나 셜록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독자들의 소망. 이 점이 고전의 갖는 마력은 아닐까.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