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고성능 AP(모바일프로세서) 신제품 ‘스냅드래곤820’의 독점 위탁생산 업체로 삼성전자를 선택했다.
삼성전자는 14나노 반도체 공정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효과를 봤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기술정체를 겪고 있는 동안 기술격차를 더 벌리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김 사장이 TSMC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파운드리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를 넓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삼성전자, ‘스냅드래곤820’ 독점 위탁생산 따낸 비결
삼성전자는 14일 퀄컴의 고성능 AP 스냅드래곤820을 독점 위탁생산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스냅드래곤820을 위탁생산할 것이란 추측이 있었지만 공식발표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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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
로이터는 “퀄컴이 고사양 AP 위탁생산을 TSMC외에 다른 곳에 맡긴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삼성전자는 스냅드래곤820 위탁생산으로 1조2천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냅드래곤820은 올해 출시되는 삼성전자 ‘갤럭시S7’, LG전자 ‘G5’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대거 탑재된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14나노 LPP(Low-Power Early) 공정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해 스냅드래곤820의 위탁생산을 전담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퀄컴은 스냅드래곤820을 14나노 LPP공정으로 생산할 것을 결정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을 14나노 LPE(Low-Power Early)공정에서 14나노 LPP 공정으로 업그레이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14나노 LPP공정은 1세대인 LPE공정보다 시스템반도체의 소비전력은 15% 줄이는 대신 성능은 15% 끌어올릴 수 있고 생산수율도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관계자는 “더욱 발전된 14나노 2세대 공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모바일 칩과 파운드리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기남, 파운드리 어디까지 키우나
김기남 사장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고객사를 늘리기 위해 미세공정 기술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에서 앞서면 파운드리 고객사를 유치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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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퀄컴의 AP(모바일 프로세서) 신제품 '스냅드래곤820'. |
현재 TSMC는 16나노 미세공정에 기술이 정체돼 있다.
TSMC는 삼성전자가 확보한 14나노 미세공정기술을 건너뛰고 곧바로 10나노 기술 개발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상용화까지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 지 모르는 상황이다.
김 사장은 그 사이 TSMC가 독점하고 있던 파운드리 거래선을 차례차례 뺏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그래픽반도체 전문업체인 AMD의 GPU(그래픽연산칩) 위탁생산 수주도 따냈다. AMD도 그동안 최고사양 GPU의 위탁생산을 TSMC에만 맡겨왔다.
AMD는 삼성전자의 14나노 LPP공정으로 최고사양 GPU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애플이 아이폰7에 탑재되는 AP ‘A10’의 위탁생산을 TSMC에 몰아주긴 힘들 것이란 추측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14나노 미세공정 기술을 처음 상용화해 아이폰6S에 들어가는 A9의 수주물량을 TSMC에서 절반 정도 따냈다.
애플은 이전 모델인 A8의 경우 TSMC에 독점생산을 맡겼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14나노 LPP공정 기술로 파운드리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파운드리 사업은 후발주자였지만 TSMC를 앞지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