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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코리아 인수 포기한 김범수, 카카오톡 '거래형 커머스'에 집중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21-03-17 14:3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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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왜 이베이코리아 인수 예비입찰에 불참을 결정했을까?

오픈마켓 인수를 통한 외형 키우기보다는 카카오톡 중심의 ‘거래형 커머스’에 힘을 더욱 실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코리아의 높은 가격 예상치도 변수로 작용했을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포기한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6098'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김범수</a>, 카카오톡 '거래형 커머스'에 집중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17일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의장은 이베이코리아 인수 예비입찰의 불참을 통해 기존의 거래형 커머스사업 확대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거래형 커머스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와 톡스토어, 카카오메이커스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세 서비스 모두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이커머스서비스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오픈마켓이지만 일반적인 오픈마켓과는 다르다. 카카오톡 이용자가 오픈마켓에 입점한 사업자의 상품을 골라 카카오톡 친구로 등록된 다른 이용자에게 선물을 보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톡스토어는 사업자가 카카오톡의 ‘쇼핑하기’ 탭에 노출되는 온라인상점을 만들어 상품을 판매한다. 주문제작형 쇼핑몰인 카카오메이커스도 카카오톡을 통해 접속이 가능하다. 

모든 거래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일종의 관계형 이커머스인 셈이다. 불특정 다수의 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기존 오픈마켓 플랫폼과는 상당히 다른 형태다. 

이 때문에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한다는 말이 나돌 때부터 기존 사업과 단기적으로 시너지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카카오 안팎에서 계속 제기돼 왔다. 

카카오가 지난해 6월 카카오톡 ‘더보기’ 탭을 통해 오픈마켓 11번가에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시범서비스를 선보였지만 큰 반향을 얻지 못한 전례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안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예비입찰 참여 여부를 놓고 찬반 의견이 치열하게 오고간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종 결정권자인 김 의장이 결국 이베이코리아 인수 예비입찰에 불참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가 거래형 커머스시장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높은 오픈마켓시장 진출보다는 기존 사업에 주력하는 쪽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는 것이다.

카카오는 이미 거래형 커머스 분야에서 국내 이커머스사업자 가운데에서는 흔치 않은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거두고 있다. 2020년 4분기 거래액도 전년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카카오가 불특정 다수를 위한 오픈마켓을 운영하게 된다면 빠른배송과 안전배송 등에 필요한 물류 기반 확보에 비용을 쏟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대규모 물류센터를 세우기에는 자금부담이 만만찮다. 대형 물류기업과 협업하기에는 네이버가 이미 CJ대한통운·이마트 등과 협업하면서 선수를 쳤다. 

이를 고려해 김 의장은 오픈마켓시장에 섣불리 뛰어들기보다는 카카오톡과 거래형 커머스의 연계성을 높이면서 이용자와 수익성 확충에 집중하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을 켜면 바로 선택할 수 있는 신규 탭으로 ‘카카오쇼핑’을 도입했다. 선물하기로 살 수 있는 물건에 티파니와 구찌 등의 명품 라인업도 추가하고 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정확한 이유는 속단할 수 없지만 정황을 살펴보면 카카오는 커머스부문의 몸집 불리기보다는 수익성 확충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도 거래액 자체는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내실 다지기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이베이코리아 인수 예비입찰에 불참하기로 결정한 데는 이베이코리아의 예상 가격이 치솟고 있는 상황도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SK텔레콤, MBK파트너스 등이 뛰어든 것으로 알려지면서 예상 가격도 최대 5조 원대까지 점쳐지고 있다.

카카오는 현금 약 3조 원과 자사주 1조 원 규모를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뛰어들지 못할 수준은 아니지만 보유한 자금을 거의 모두 소진해야 한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이커머스를 중요하게 여기긴 하지만 오픈마켓 인수는 기존 사업과 단기적 시너지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결국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금융이나 모빌리티, 엔터테인먼트사업 확대보다 선택 우위에서 밀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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