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혈액제제시장은 220억 달러(25조6천억 원) 규모로 세계 혈액제제시장의 5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 시장은 81억 달러(9조 원)이고 이 가운데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 10% 제품 시장의 비중은 7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허은철 사장은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 5% 제품을 들고 2016년 11월과 2018년 9월 2차례나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제조공정과 관련한 자료보완을 요구받으며 품목허가를 받는 데 실패한 적이 있다.
GC녹십자는 이미 세계 60여 개국에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 10% 제품을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미국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면역글로불린 제제는 선천성 면역결핍증, 면역성 혈소판감소증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혈액제제로 면역글로불린 함유 농도에 따라 5%, 10% 제품 등으로 구분된다.
허은철 사장은 2016년 국내언론과 인터뷰에서 “혈액제제는 비약적 성장은 할 수 없더라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업으로 녹십자가 선진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분야이다”며 “중국 공장 생산분에다 증설하는 오창 공장 생산분을 더하면 2019년에는 분획제제만으로 글로벌 톱5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미국 진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허 사장은 캐나다에는 혈액제제 생산공장을, 미국에는 혈액을 직접 공급받기 위한 혈액원까지 세우는 등 야심차게 사업을 준비해 왔다.
당초 미국 현지에서 혈액을 공급받아 캐나다 혈액제제공장에서 연간 100만 리터의 혈액제제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2020년 7월 GC녹십자와 GC(녹십자홀딩스)가 지분을 보유한 캐나다 혈액제제공장(GCBT)과 GC녹십자가 미국에 개원한 혈액원(GCAM) 12곳 모두를 스페인 혈액제제 회사인 그리폴스에 매각했다.
코로나19로 캐나다 공장 생산인력에 원활한 기술교육을 하지 못함에 따라 공장의 정상가동이 어렵다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누적된 손실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도 더해졌다. GC녹십자는 캐나다 혈액제제공장과 미국 혈액원 매각으로 4억6천만 달러(5500억 원)을 확보했다.
이를 두고 제약바이오업계 일각에서는 GC녹십자가 재무 건전성을 확보했지만 대신 혈액제제 생산에 필요한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바라본다.
GC녹십자가 매각한 미국 혈액원 12곳에서 연간 최대 65만 리터의 혈액을 공급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GC녹십자는 충북 청원군에 있는 오창 공장의 생산능력을 키워온 만큼 미국에 수출할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 제품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GC녹십자는 오창 공장에서 연간 140만 리터의 혈액제제 생산능력을 갖췄고 또 GC녹십자가 보유한 중국 공장은 연간 30만 리터의 혈액제제 생산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GC녹십자는 올해 2월26일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 5%보다 고농도인 10% 제품에 관해 미국 식품의약국에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 5% 제품으로 연거푸 품목허가 획득에 실패한 뒤 10% 제품 시장에 먼저 진출한다는 계획으로 수정한 것이다.
통상 1년 가량의 심사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1분기에는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 10% 제품이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GC녹십자는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 5% 제품도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 품목허가에 재도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