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가 최신 4나노급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1위 대만 TSMC를 뒤쫓는다.
파운드리사업의 고성능 반도체 생산기술은 삼성 자체 시스템반도체의 성능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퀄컴으로부터 4나노급 5G모뎀칩을 수주해 올해 4나노급 공정에서 TSMC보다 앞서 양산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는 회로폭이 가늘어질수록 성능과 전력효율 등이 향상된다. 최근에는 나노미터(nm) 단위의 회로 폭이 고성능 반도체에 적용되고 있다.
4나노급 공정은 현재 양산 단계에 이른 공정 가운데 가장 고도화한 5나노급 공정을 개선한 버전으로 파악된다.
TSMC는 2022년 4나노급 공정(N4)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반면 퀄컴의 4나노급 모뎀칩은 올해 하반기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정됐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4나노급 공정이 올해 안에 제품 생산이 가능해질 정도로 체제를 갖춘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4나노급 공정 상용화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기업 TSMC와 경쟁에서 기술적 측면으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TSMC는 최근 비슷한 시기 5나노급 반도체 양산에 들어가 파운드리업계에서 가장 미세공정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다만 두 기업의 점유율 차이는 의미 있는 수준으로 좁혀지지 않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지난해 파운드리시장 54%를 점유한 반면 삼성전자는 17%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TSMC보다 먼저 4나노급 반도체를 생산하게 됨으로써 글로벌 반도체기업으로부터 일감을 수주하는 데 좀 더 유리해질 것으로 파악된다.
퀄컴의 4나노급 5G모뎀칩 수주규모만 해도 1조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4나노급 공정에서 성과를 내면서 삼성전자의 다음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역시 4나노급 공정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를 말한다. 삼성전자는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브랜드 ‘엑시노스’를 운영하고 있다.
▲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
퀄컴은 삼성전자와 가장 밀접한 파운드리 고객사로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에 적용되는 최신 미세공정을 대부분 공유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 또한 새로운 주력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4나노급 공정을 채택할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10나노급 공정의 개량판인 8나노급 공정에서 엑시노스980, 엑시노스9820 등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생산해 왔다.
올해 초에는 첫 5나노급 공정 기반 제품 엑시노스1080과 엑시노스2100을 차례대로 선보였다. 다음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는 5나노급 공정보다 발달한 기술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5나노급 반도체가 7나노급과 비교해 소비전력이 20%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4나노급 반도체 역시 일정 이상의 개선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삼성전자는 최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개발에서 글로벌 반도체기업 AMD와 협력하고 있어 여기에 최신 공정까지 적용되면 이전 세대 제품과 비교해 큰 폭의 성능 향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월 엑시노스2100을 공개하면서 다음 주력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 AMD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