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가 모듈러건축을 통해 ESG경영과 신성장동력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9일 현대건설과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건설은 모듈러건축이 건설사에서 추진할 수 있는 대표적 ESG경영방식이라고 판단하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모듈러건축이 사전제작방식인 만큼 현장사고를 줄이고 환경오염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강화되고 있는 ESG경영흐름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ESG경영은 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을 기업경영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등 평가기관들은 재무지표만으로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ESG를 주요평가기준 항목으로 활용하고 있다. 무디스는 국가신용등급 책정에 ESG 관련 지표를 활용한다.
현대건설은 새로운 분야인 모듈러건축과 관련해 전문인력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번 채용은 1월28일부터 2월15일까지 진행된다. 지난해 9월에 이어 두 번째 모듈러분야 경력직 채용이다.
현대건설은 이번 채용을 통해 모듈러공법을 적용할 사업을 기획하고 타당성을 분석하는 등 실제 수주를 달성하기 위한 조직을 갖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에도 모듈러 분야 경력직을 채용했는데 이때 기술연구소에서 근무할 기술개발 경력사원을 모집해 연구개발조직의 틀을 갖춘 것으로 해석된다.
2020년 1월에는 모듈러 기술 등 스마트기술을 강화하기 위해 사내 스마트건설 전담조직을 구성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모듈러건축부문 강화로 2022년 1월 시행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대비하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ESG경영의 사회부문에 해당되기도 한다.
모듈러공법은 건설정보모델링(BIM)을 활용한 설계로 미리 공장에서 블록을 만들어 현장에 적용한다. 시공 과정을 단순화해서 현장의 안전사고를 막기 유리한 건축공법이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2020년 건설현장에서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이 부문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다 사망 현장'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안전한 현장을 구축하기 위해 모듈러건축을 비롯한 새로운 기술들을 현장에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웠을 수 있는 셈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모듈러 기술을 개발 등을 통해 근로자의 안전사고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1월 26일 공포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기업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도 부과한다.
모듈러건축을 강화하는 것은 ESG경영요소 가운데 환경부문을 챙기는 효과도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모듈러공법을 이용한 건축을 진행할 때 자재의 평균 재활용률이 82.3% 수준에 이르고 폐기물 처리비용이 기존 건축공법과 비교해 40% 이하로 감소한다.
현대건설은 2015년부터 '2030 글로벌 그린 윈 파이오니어'라는 비전을 세우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연계해 선제적 환경에너지 경영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모듈러건축시장은 전망도 밝다.
글로벌시장 분석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모듈러 주택시장 규모는 2025년에 1097억 달러(약 112조5458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주택시장 규모는 2020년 1조2천억 원에서 2022년 2조4천억 원으로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도 모듈러 공공임대주택을 2020년 4350가구에서 2022년 9750가구로 2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을 내놨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최고 15층 높이로 500여 가구가 모듈러주택으로 공급되는 중랑구 신내 콤팩트시티도 추진하고 있다.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하는 신내 콤팩트시티사업은 국내 모듈러건축 가운데 단일사업으로는 최대 규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해 역세권 중심 주택사업 부지를 찾으며 일부분에서 모듈러주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모듈러건축은 민간 임대주택분야에서도 2020년 3500가구에서 2022년 8900가구로 150%가 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정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