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욱 DL그룹 회장이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지주사 DL의 유상증자를 언제 진행할까?
이 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이 보유한 DL이앤씨 주식을 DL 신규발행 주식과 교환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건설주 강세, 공정거래법 개정 등을 고려하면 올해 안에 DL 유상증자가 추진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8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DL이앤씨를 포함한 대형건설주는 올해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대형건설주가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1월까지 가파르게 오른 뒤 최근 조정을 겪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의 확고한 주택공급기조를 고려하면 주택사업에서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승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의 주택공급정책은 민간건설사들의 중장기적 주택수주 증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형건설주 중심으로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올해 DL이앤씨 주가가 강세를 보일 때 DL 유상증자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DL이앤씨 주가가 높을수록 DL 유상증자를 통해 지배력 강화 효과를 더 크게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52.3%를 보유함으로써 DL그룹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DL과 DL이앤씨 지분을 각각 21.7%씩 들고 있는 최대주주다.
DL그룹 지배구조 약점은 대림코퍼레이션의 DL과 DL이앤씨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 꼽히는데 DL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이를 추가 자금 투입 없이 해결할 방안이 생겨난다.
대림코퍼레이션이 DL이앤씨 지분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DL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대림코퍼레이션은 DL 지분을 늘리고 DL은 DL이앤씨 지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DL 유상증자 시점에 DL이앤씨 주식가치가 높을수록 대림코퍼레이션은 DL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돼 ‘이 회장-대림코퍼레이션-DL-DL이앤씨’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더욱 단단해진다.
8일 종가 기준으로 DL 주가는 8만9200원, DL이앤씨 주가는 12만5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DL과 DL이앤씨의 옛 대림산업 분할비율은 44 대 56으로 비슷했는데 1월25일 두 회사의 주식이 각각 상장된 이후 2주일 만에 주가 차이가 30%가량 벌어졌다.
현재 주가에서 단순 계산으로 DL이앤씨 지분 21.7%는 DL 지분 27%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대림코퍼레이션이 기존에 DL 지분 21.7%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DL이앤씨 주가가 더 올랐을 때 유상증자를 통해 DL 지분을 50% 이상 보유할 가능성도 높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 회장은 개정된 공정거래법의 2022년 시행에 대비해 강화된 지분비율로 올해 안으로 DL이앤씨를 DL 자회사로 편입해야 할 필요성도 크다.
개정 공정거래법의 기업집단 규율 내용에 따르면 지주회사가 보유해야 할 자회사, 손자회사 지분율이 상장회사는 기존 20%에서 30%, 비상장회사는 기존 40%에서 50%로 강화된다.
DL 유상증자를 통해 올해 안에 DL이앤씨를 DL 자회사로 만들지 못하고 이후에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요건에 맞는 지분율을 맞추려면 추가지분을 확보해야 할 수도 있다.
DL이 대림코퍼레이션 소유의 DL이앤씨 지분(21.7%)을 다 넘겨받더라도 30% 조건을 맞추려면 추가로 8.3%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DL이앤씨 지분 8.3%의 가치는 8일 종가 기준으로 대략 1900억 원가량이다. 주가가 오른다면 지분 확보의 부담도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이 회장으로서는 올해 DL이앤씨 주가와 DL의 주가 차이가 가장 큰 시점에 DL 유상증자를 추진해야만 추가적 자금 투입없이 지배력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셈이다.
DL은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DL 관계자는 “DL은 DL이앤씨 지분을 취득하기 위한 방법으로 유상증자를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 시기와 방법 등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