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는 지난해 낙제점을 받은 불명예를 씻을 수 있을까?
31일 한국철도에 따르면 손 사장은 올해 윤리경영 확립을 목표로 한국철도의 조직문화를 쇄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한국철도는 노동자와 사측,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직문화혁신위원회를 중심으로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조직문화 혁신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국 지역본부별로 연령과 성별, 직렬 등을 고려해 약 300명 규모의 조직문화 모니터링단도 구성했다.
특히 한국철도는 직원들이 직접 조직의 쇄신을 이끌 수 있도록 직원 윤리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등 직원들의 윤리교육과 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한국철도는 지난해부터 해마다 12월10일을 ‘한국철도 인권의 날’로 지정하고 직원들이 직접 윤리경영을 생각하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윤리·청렴·성희롱 예방 퀴즈 대항전인 ‘온택트 윤리골든벨’을 모바일로 진행해 직원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갑질 거울 자가진단’을 통해 직원들이 모두 스스로 위험수준을 점검하고 진단해 볼 수 있도록 했다.
한국철도 관계자는 “인권의 날 지정과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로 변화하는 실천운동을 만들어 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직원 3만 명이 전자서명으로 동참한 윤리실천 결의대회를 열었다.
한국철도는 윤리실천 결의대회에서 윤리경영을 통한 기업문화 혁신 종합계획을 내놓으며 ‘열차는 편하고 안전하게! 우리는 바르고 공정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윤리경영업무를 전담하는 윤리경영처도 별도 조직으로 신설했다.
기존에는 사회가치처에서 윤리경영업무를 맡아왔지만 별도 조직으로 윤리경영업무 전담기관이 분리되면서 윤리경영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한국철도는 기대하고 있다.
또 지난해 9월부터는 ISO19600(준법경영시스템) 국제인증을 도입했으며 내부신고 통합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윤리경영에 고삐를 죄고 있다.
한국철도가 이처럼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지난해 드러난 직원들의 윤리문제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철도는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고객만족도 조사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인 ‘미흡(D)’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대상인 129개 공공기관 가운데 윤리적 문제로 낙제점을 받은 것은 한국철도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손 사장은 기획재정부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았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E등급을 받거나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기관장은 해임 건의대상이 된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관이라는 낙인이 찍혔을 뿐만 아니라 성과급까지 받지 못하게 되면서 임직원들의 사기도 크게 꺾였다.
그동안 한국철도는 2013년을 대상으로 한 경영평가에서 장기파업의 영향으로 아주미흡(E) 등급을 받았던 것을 제외하면 파업과 잦은 안전사고에도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모두 보통(C) 등급을 받았고 2018년도에는 양호(B) 등급을 받으며 꾸준히 성과급을 받아왔다.
직원들의 비윤리적 행태에 영향을 받아 한국철도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내놓은 ‘2020년 청렴도 평가’에서 4등급으로 1년 전보다 한단계 하락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의 청렴도 평가는 그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한국철도로서는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줘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손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투명하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확립하자”며 “갑질, 성비위, 부정부패는 반드시 뿌리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