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코로나19로 수혜를 본 금융권이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4대 금융지주 로고.
28일 정치권과 은행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자발적’으로 이익공유제 참여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당초 네이버, 카카오 등 IT플랫폼기업들이 이익공유제 참여기업으로 지목돼왔는데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기 어렵게 되자 규제산업인 금융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9일 한 라디오 방송프로그램에서 코로나19로 수혜를 본 업종으로 금융업을 콕 집어 말하면서 금융지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익공유제에 관한 기대를 보인 만큼 이익공유제를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 금융권을 향한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도 강해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2021 다보스 어젠다 한국정상 특별연설’에서 “영업제한을 받는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제, 약자를 돕는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이익공유제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며 “손실보상제와 이익공유제가 감염병 재난을 이겨내는 포용적 정책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익공유제는 은행 등 대형금융사들이 서민금융기금에 매년 약 1100억 원을 신규 출연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렸다.
현재 서민금융기금은 정부와 금융사의 출연금 등을 통해 3500억 원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5천억 원 규모로 키운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50조 원 규모의 사회연대기금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금융권 안에서도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을 강화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이미 대출만기 연장, 이자상환 유예 등을 통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으로 기금을 출연해야 하는 상황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럼에도 라임자산운용 등 사모펀드 사태에 엮여있는 금융권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금융권이 정책금융에 동원되는 것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1999년 IMF 위기 당시에는 은행권과 보험업계가 채권안정기금에 약 10조 원가량을 출연했다.
금융권은 이명박 정부 때 미소금융, 박근혜 정부 때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도 힘을 보탰다.
이익공유제 참여 대상으로 금융권이 거론된 이후 금융지주 주가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이 이익공유제 대상으로 금융권을 지목한 19일 종가와 28일 종가를 비교하면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9.8% 떨어졌다.
KB금융지주(-9.1%), 우리금융지주(-8.1%), 신한금융지주(-2.6%) 등의 주가도 하락세를 보였다.
금융지주들이 금융당국의 배당 제한 권고로 올해 주주환원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익공유제까지 더해져 당분간 주가 부양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익공유제가 금융지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적 영향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5일 금융지주 주가가 부진한 것과 관련해 “최근 코로나19 금융지원 재연장, 이익공유제 은행권 동참 요구 등의 규제 리스크 부각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탓도 있지만 이는 모두 스쳐 지나갈 소음에 불과한 것들이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