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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수 카카오 의장(좌)과 이해진 네이버 의장(우) |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그동안 모바일 메신저를 놓고 국지전을 했다면 이제는 전면전이다. 김 의장이 카카오톡과 다음을 양 날개로 이 의장의 네이버와 라인에 정면으로 맞선다.
김 의장은 이 의장과 함께 네이버 전신인 NHN을 국내 1위 포털사로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랬던 김 의장이 NHN을 나온 지 7년 만에 강력한 적이 되어 네이버를 겨냥하고 있다. 김 의장은 26일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합병결정을 통해 네이버가 독주하던 시장을 순식간에 흔들고 있다.
◆ 김범수 네이버에 맞설 승부수
김 의장은 합병을 통해 권력과 돈과 컨텐츠를 모두 손에 쥐었다. 김 의장은 합병법인인 다음카카오의 최대주주가 됐다. 김 의장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45% 수준이다.
김 의장은 이번 합병으로 1조 원 이상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글로벌 IT시장은 하루 아침에도 판도가 변하는 데 김 회장은 이번 합병으로 내년 기업공개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네이버에 맞서 사업을 재편할 수 있는 돈을 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됐다.
김 의장은 다음의 컨텐츠도 손에 쥐게 됐다. 다음은 네이버에 비해 컨텐츠가 부족하지 않다. 카카오는 그동안 컨텐츠 부족에 허덕였다. 이 문제를 하루 아침에 해결한 것이다.
김 의장이 NHN을 나와 만든 카카오는 국내 모바일 메신저 부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카카오의 한계는 거기까지였다.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 카카오톡 게임하기를 제외하고 새로운 것을 내놓지 못했다. “성장동력이 없다”거나 “컨텐츠가 없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카카오톡의 해외진출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김 의장은 카카오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다음과 합병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김 의장이 처음 한게임을 이끌고 이 의장과 손을 잡고 지금의 거대한 네이버를 만들었던 첫 번째 선택을 했다면 이번에 카카오를 만들어 다음을 인수하면서 네이버와 맞상대를 하는 두 번째 선택을 한 셈이다.
이 의장은 네이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김 의장이라는 강력한 도전자를 맞게 됐다. 그동안 이 의장이 맞은 도전자 가운데 가장 강력한 도전자인 셈이다.
업계는 새롭게 떠오른 거대 IT기업 다음카카오가 독보적 지위를 굳히고 있는 네이버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다음카카오가 시가총액 규모로 코스피시장에서도 상위권에 자리잡고 있는 네이버(시총 약25조 원)에 한참 못 미치지만 다음과 카카오가 시너지가 발휘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다음은 카카오의 약점인 컨텐츠 부문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음은 비록 포털검색 점유율은 20% 정도로 70% 대를 유지하는 네이버에 크게 밀리는 2위지만 뉴스, 카페, 블로그, 웹툰 등 다양한 컨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카카오의 플랫폼과 가입자 인프라를 활용해 다음의 컨텐츠를 서비스한다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최적의 조합이 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카카오가 네이버의 국내 포털 시장에 미치는 지배적 영향력을 흔들어 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네이버 주가는 3.99% 하락한 74만5천 원을 기록했다.
◆ 김범수의 승부수에 대해 엇갈리는 전망
네이버는 “업계 발전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라며 “글로벌시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길 바란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네이버의 이런 반응은 해외시장에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이미 해외시장에서 카카오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상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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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수 카카오 의장 |
카카오톡은 국내 모바일 메신저시장 점유율은 90%에 이르지만 해외시장에서 가입자 수 1억 명 선에서 사실상 성장이 정체돼 있다.
반면 네이버 라인은 지난달 가입자 수 4억 명을 넘어섰다. 3억 명을 돌파한지 넉 달 만에 4억 명을 넘어선 가파른 성장세다. 라인은 이미 왓츠앱, 위챗과 더불어 세계 3대 모바일 메신저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이번 합병으로 ‘국내용’이라는 카카오의 꼬리표를 떼고 해외진출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의 컨텐츠를 업고 세계시장을 노릴 전망이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양사의 합병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강력한 추진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해 합병이 해외시장을 노리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네이버 라인이 국내시장에서 카카오톡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카카오톡도 세계시장에서는 라인과 위챗 등 기존 사용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경쟁사들을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합병이 카카오톡의 국내 모바일메신저 1위를 확실히 굳히겠다는 전략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한 전문가는 “기업공개가 아닌 우회상장을 택한 것은 세계시장 진출이 어렵다고 본 것”이라며 “국내 모바일 시장1위를 굳히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다음카카오가 해외에서 네이버 라인과 자웅을 겨루지 않는다 해도 국내에서 맞대결은 불가피하다. 다음카카오는 네이버와 모든 사업부분이 겹친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통합법인은 모바일을 비롯해 IT 전 영역을 아우르는 사업자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모바일 뿐 아니라 웹 전반에서 네이버와 대격돌을 예고했다.
다음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게임, 검색포털, 뉴스서비스, 까페와 블로그 등 전 부분에서 네이버와 경쟁이 불가피하다. 다음 관계자는 “합병으로 사업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컨텐츠 라인업을 그대로 다음카카오로 이전하고 모바일을 강화해 네이버와 붙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모바일에서 네이버에 뒤졌던 다음이 카카오의 모바일 역량을 업고 빛을 발할지가 관건이다.
다음카카오 서비스 가운데 카카오톡은 네이버 라인과, 카카오스토리는 네이버 밴드와 맞대결하게 된다. 또 다음의 버즈런처와 카카오의 카카오홈은 네이버의 도돌런처에 대항한다. 다음에서 분사할 예정인 게임부분은 NHN엔터테인먼트와 웹게임 및 모바일게임 부분에서 경쟁하게 된다. NHN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에서 지난해 분리됐다.
다음은 모바일 부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광고매출도 그동안 부진했다. 그러나 다음카카오가 출범하면 모바일 광고 부분이 크게 강화되면서 새로운 성장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는 자사의 광고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NBP에서 네이버 매출 대부분을 올렸다. 네이버는 NBP를 분할해 광고부분을 네이버와 합병한다. 두 회사의 이익이 주로 광고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앞으로 모바일광고 부분에서 다음카카오와 네이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는 “다음의 컨텐츠가 네이버에 뒤질 것은 없다”며 “다만 포털 점유율 70%에 이르는 네이버의 독점적 지위에 가려 있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모바일 메신저 시장점유율 1위인 카카오의 인프라를 활용하면 네이버와 맞붙을만하다고 본다. 관련 업계에서 양사의 합병이 네이버의 독주를 막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하지만 일부에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70%가 넘는 네이버의 포털 점유율이나 90%가 넘는 카카오톡의 모바일 메신저 점유율이 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네이버 입장에서 보면 경쟁자 몸집이 커졌지만 경쟁구도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숙명의 라이벌 김범수와 이해진
김범수 의장과 이해진 의장은 서울대학교 동문이다. 두 사람은 1990년 서울대학교를 함께 졸업했다. 석사 학위는 김 의장이 서울대에서, 이 의장이 카이스트에서 받으면서 2년간 다른 길을 갔지만 1992년 두 사람은 동시에 삼성SDS에 입사했다. 같은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두 사람은 나란히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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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진 네이버 의장 |
김범수 의장은 1998년 한게임을 창업했다. 이해진 의장은 1999년 네이버닷컴을 창업했다. 두 사람은 2001년 다시 만났다. 한게임과 네이버닷컴을 합병해 NHN을 설립했다. 지금의 네이버를 일군 주역이 바로 두 사람이다. 두 사람은 다음, 엠파스, 야후, 라이코스 등 포털 경쟁사들을 꺾고 네이버를 최고 위치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김 의장은 2007년 NHN USA 대표 자리에서 돌연 사퇴했다. 당시 김 의장은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존재 이유는 아니다”며 사퇴를 설명했다. 당시 이 의장은 NHN 공동대표이자 이사회 의장으로 최고경영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김 의장은 2010년 카카오를 설립해 카카오톡을 선보였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은 2년만에 국내 가입자 수 3천만 명을 돌파하며 국내 모바일 생태계를 장악하고 나섰다. 후발주자인 네이버 라인이 해외에서 4억 명이 넘는 가입자를 유치하며 글로벌 위상은 카카오톡보다 높지만 국내에서만큼은 카카오톡의 벽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김 의장과 이 의장은 모바일 게임 플랫폼에서 맞붙고 있다. 네이버가 12일 네이버 밴드게임을 출시하면서 모바일게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카카오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게임플랫폼 카카오톡 게임하기의 모바일게임 시장 점유율은 66%다.